'법관 탄핵' 정면충돌..與 "위헌 판사 심판" vs 野 "대법원장 사퇴해야"
오늘(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법 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됩니다.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국회 통과를 앞두고 2월 임시국회 초반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발의 인원만 161명으로 의결 정족수인 과반을 넘긴데다,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도 찬성 표결 입장을 밝히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됩니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정 사상 첫 사례가 됩니다.
탄핵안을 추진한 민주당은 "위헌 법관에 대한 국회의 책무"라고 주장했고, 보수 야당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거듭 비판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요구로 맞불을 놨습니다.
이런 가운데 임성근 판사의 사표를 탄핵 가능성을 이유로 반려했다는 정황이 담긴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여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 민주당 "임성근 헌법 위반…탄핵 표결로 국회 책임 다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임 부장판사의 헌법 위반을 강조하면서 탄핵 표결이 국회의 책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 정책조정회의에서 "재적 과반이 넘는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유는 임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재판부가 1심 판결에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에 무죄를 내리면서도 '위헌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시했고, 전국 법관대표자회의도 임 판사의 행위를 '헌법 위반행위'라고 지적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6차례 걸쳐 위헌임이 적시돼 있는데도 법원은 징계 시효의 경과를 이유로 임 판사를 징계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내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을 탄핵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역사적인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판사의 사표를 탄핵 가능성을 이유로 반려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오늘 공개된 것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野 "대법원장, 재판 코드 인사로 사법부에 오욕"…김명수 사퇴 촉구
보수 야당들은 범여권의 판사 탄핵 추진을 '사법부 길들이기'이라고 강력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판의 화살을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돌렸습니다.
오늘 임 판사측 변호인이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반려 당시 탄핵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오늘 공개된 녹취록에는 국회의 탄핵 논의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상탭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이 정권의 판사 길들이기에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후배를 탄핵의 골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비굴하게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고심 중이라며 "해도 너무 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본인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되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습니다.
배준영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김 대법원장을 가리켜 "법관들의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본인이 탄핵돼야 할 당사자가 된 것"이라며 "법관으로서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즉시 본인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오늘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면서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국회 통과는 유력…헌재 결정은 미지수
오늘 국회에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면 결정권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갑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로 탄핵을 최종 결정하게 됩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는 28일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가 끝나는 만큼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진행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정아연 기자 (nich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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