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해야"..음성파일 공개 맞춰 공세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야권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후배 법관들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해야 될 책임이 있는 대법원장이 취임 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무려 100명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로 넘겼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를 탄핵 굴로 떠밀기까지 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법원장을 떠나 선배 법관으로서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느냐”며 “법관들은 탄핵안 제출한 국회의원보다 비겁한 선배 동료의 모습을 보며 참담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김 대법원장은 오욕의 이름을 사법사에 남기지 말고 본인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주장했던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안 발의에 대해 “(민주당이 발의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안에 대응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이 결자해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야권의 격앙된 반응은 지난해 5월22일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 면담 과정에 “법관 탄핵을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나눈 발언의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터져나왔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임 부장판사와 신상 등에 대해 면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관 탄핵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임 부장판사는 변호인을 통해 “김 대법원장이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본회의 의결을 하루 앞두고 법관 임명권자와 탄핵 대상자가 ‘진실 게임’을 벌인 것이다. 임 부장판사 쪽은 4일 한걸음 더 나가 아예 당시 대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것은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수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 논의를 위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이 거짓 해명을 했단 점 또한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야권 인사들은 일제히 김 대법원장을 비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며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보다도 못한 권력의 무수리로 만들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성근 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이 집권 여당의 눈치를 보고 정치적 계산을 하느라 법관의 수장으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본 우리 국민이 과연 어떻게 사법부의 권위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아무리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도 거짓말과 말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는 세상이지만, 대법원장이 이렇게 정면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다니. 나중에 다른 소리 할 것을 걱정해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도 녹음을 해놓아야 한다면 도대체 우리 사회의 신뢰가 얼마나 낮아진 것이냐”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정치상황 살피는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승민 전 의원도 “사법부의 수장이란 사람이 대놓고 정치적 고려를 한다며 민주당의 눈치를 살피고 1심에서 무죄 선고된 후배 법관을 탄핵시키기 위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사법부의 수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를 더럽힌 죄,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죄로 더 이상 법복을 입고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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