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복지재원 "증세보단 중단없는 성장"..이재명과 차별화
신(新)복지제도 구상으로 본격적인 대권주자 정책경쟁에 나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 마련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일각의 시각에 일단 선을 그었다. 기본소득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민적 동의 하에 목적세 신설도 가능하다는 등 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과 차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낙연 대표는 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복지체계의 전환이 증세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우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중단없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성장을 통한 세원 확대로 복지 재원을 우선 마련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 대표는 "복지에는 돈이 들어간다. 돈이 들어가면 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럴려면 쉼없이 성장해야 한다"며 "(신 복지제도 구상에) 이 세 가지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설계하고 추진하겠다"며 "복지를 강화하려면 국고가 든든해야 한다. 국고가 풍성하려면 경제활동이 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쉼없는 성장'이 세수를 창출해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신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한국판 뉴딜, 그중 일부지만 탄소저감 이것을 산업화하고 도약의 기회로 가야한다"며 "이것을 위한 규제혁신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꼭 세율인상만 하지 않더라도 산업 활성화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박근혜정부 당시 '증세 없는 복지' 논란처럼 '장미빛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신 복지제도의 핵심 방향과 과제를 설정했지만 이를 실행할 연차별 계획은 아직 수립하기 전이다. 따라서 신복지제도 구상을 실행함에 따라 소요되는 구체적인 재정 규모 역시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대표는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모든 영역에서 최저기준이 어떻게 될 것인지 나와야 하고 "적정기준은 2030년으로 봤는데 어느 수준으로 맞춰야 할 것인지 봐야 재정수요 계산이 나올 것"이라며 "일부러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분야별 과제를 지금 뽑고 있다. 그것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복지제도는 복지정책을) 백지상태에서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역대 제도가 축적된 위에서 그 빈틈을 맞춰가는 것"이라며 "증세 얘기부터 하는 것은 여러분의 놀라운 상상이고 욕구"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한 '이낙연표' 정책 시리즈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 등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업들에게 사회를 위한 노력을 권장하는 방식으로 ESG를 도입하는 것인데 2018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을 도입한 것을 다른 연기금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공조달에서도 사회적 투자를 많이 한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면 그린뉴딜 실현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넓은 의미에서 이익공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당정이 발표한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해서는 "공급부족 우려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이 공급 물량뿐 아니라 나에게 맞는 집인데 공급물량과 다양화, 이 두가지를 다 채워야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당장 가격을 하락시킬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다뤄가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육상에 비유하자면 당정협의를 위한 도움닫기 준비 단계"라며 "당에서 단일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협의가 본격화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선별적 피해지원과 보편 지원 지급 시기를 분리해 지급하는 방안 역시 "단지 너무 늦지 않도록 충분하게 추경을 통해 해야 한다는 점엔 당정 간 이견이 없다"고만 말했다.
한편 개헌에 대해서는 "코로나 국난극복으로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는 시기에 국민적 에너지가 모아질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선주자 중 개헌에 관한 의견을 밝힌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의원내각제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혀왔다. 18대 국회에서 개헌 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는 "18대 국회때부터 계산해도 10년이 넘으니 개헌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며 "개헌 요구 자체는 꽤 오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오는 3월 말 당대표 임기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임기 연장 주장에 "들어본 적 없다"며 짧은 5개월 간의 당대표 시절을 마무리하면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 같다"는 소회를 내놨다.
그는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문재인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중요한 일들을 마칠 수 있었다며 특히 권력기관 개혁3법 통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하지 못했던 어려운 일들을 해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여권은 물론 전체 대선주자 1위를 달리던 지지율이 당대표를 마치며 3위로 떨어지고 호남에서도 이재명 지사에게 뒤쳐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직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며 "예전 자리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 중심으로 화제가 갈 수 있었는데 이 자리는 그렇지 않다"고 그동안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또 "수개월 동안 얘기를 하지 못하고 (양쪽에서) 몰렸다"며 "심지어 내 일이 아닌 것도 그랬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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