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美상원 민주·공화 '절대 균형'.. 바이든 성패 '의회 협력'에 달렸다

정유정 기자 2021. 2.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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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미국 워싱턴DC의 의회의사당 상원 회의장에서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민주 50석 vs 공화 50석

상원서 법률·예산·인준 권한

법안통과 등 공화당 협조 필수

해리스 부통령에 ‘캐스팅보트’

민주당내 강성진보그룹 勢확산

중진 의원들과 갈등 커질 수도

예산·외교·법사위원장도 촉각

샌더스·메넨데스·더빈 등 유력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가 국민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선 의회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행정부에 이어 상·하원까지 모두 우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12년 만에 달성했지만, 상원을 공화당과 50석씩 분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원은 고위직 인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임명하는 정무직 4000여 명 중에 1250여 명이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공화당 협조 없이는 정식 임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인사는 겨우 6명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 성패는 의회와 얼마나 협력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가까스로 다수당 차지한 민주당, 당내 분열은 여전 = 올해 개회한 제117대 미 연방의회에서 민주당은 근소한 차이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은 221석, 공화당은 211석을 차지해 다수당과 소수당의 의석수 차이는 불과 10석에 그쳤다. 더타임스는 이를 두고 “민주당이 100년 만에 가장 적은 차이로 이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민주당의 이념적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당내 의원들 간 의견 합치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하원의원으로 대표되는 강성 진보그룹인 ‘스쿼드’ 4인방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고 세를 넓히면서 당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쿼드 의원들이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내려는 성향이 강해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의 동률로 의석을 차지한 상원은 더욱 어렵다. 상원은 법률·예산 관련 법안 의결권은 물론이고 각 부처 장관 및 정무직, 연방 판사 인준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인준이야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전원 동의하고 해리스 부통령의 표를 더해 51표를 획득하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하지만 대부분 법안은 60표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고 토론을 종결하기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미 의회에서 필리버스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행됐지만 최근 들어 일반 법안에 대해서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토론 종결 안건 횟수는 1960년대 한 해에 1건 정도였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500건 이상을 기록했다. 결국 공화당은 소수당이지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핵심 상임위원장 누가 될지도 관전포인트 = 3일 민주당과 공화당은 의회 운영 규칙에 대한 권력분점 협상을 진통 끝에 타결했다. 그동안 양당의 운영규칙 협상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각종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여전히 공화당 의원이 맡는 비정상적 상황이 수주 넘게 이어졌다. 이번에 합의된 운영규칙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50석씩 분점했던 2001년 합의안과 유사하다고 알려졌다. 당시 합의는 민주당 의원이 각종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되 상임위별 의원 배정은 양당이 동수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합의로 민주당이 상임위 위원장을 담당함에 따라 신속한 인준 청문회가 가능해지고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도 직전 의회에서 민주당 간사를 역임한 의원들이 위원장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의원이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에드워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군사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은 잭 리드(민주·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맡았던 법사위원장 자리는 민주당 법사위 간사였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전 의원이 정계를 떠나면서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만찮은 협치…행정명령 남발하면 ‘하나 된 미국’ 완수는 요원 = 민주당이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51석으로도 정책을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신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결정족수 과반의 찬성으로 세제와 지출 관련 정책을 통과시키는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 절차가 그것이다. 앞서 2017년 공화당은 세금 감면을 통과시키기 위해 예산 조정을 이용한 바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예산 조정 카드를 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 일부를 단독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우리는 많은 코로나19 법안을 예산 조정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며 “만약 공화당이 의제를 저지할 경우 반드시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의 지지 없이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강행한다면 통합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고유권한인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법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우기’(ABT·Anything But Trump)를 시도하며 취임 후 현재까지 4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의회의 입법화 조치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케이 제임스 대표는 “의회의 권한을 빼앗는 일방적인 조치이며 논쟁이나 이견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며 “이것은 바이든이 약속한 통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연히 공화당도 반발하고 있다.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은 “행정명령의 규모와 영향은 극명하다”며 “취임식에서 통합에 대해 연설한 것과 모순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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