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홍콩식 공매도'..윤석헌 금감원장 '의문의 1승'

박응진 기자 2021. 2.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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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 등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空賣渡)를 우선 재개하기로 하면서 앞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제안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3일) 금융위는 임시회의를 열어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 등 대형주에 대해 공매도를 우선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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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형주 공매도 우선 재개
윤석헌 원장이 거듭 제안한 홍콩식 공매도 결과적으로 채택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 등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空賣渡)를 우선 재개하기로 하면서 앞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제안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3일) 금융위는 임시회의를 열어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 등 대형주에 대해 공매도를 우선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피 917개 종목 중 200개 종목(22%), 코스닥 1470개 종목 중 150개 종목(10%)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머지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2037개 종목에 대해서는 5월3일 이후에도 공매도가 금지되며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언제 재개할지는 향후 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참고했다. 홍콩은 지난 2005년 1월 공매도 지정제를 도입했다. 시장규모의 성장 등에 따라 지정기준을 지속적으로 변경하고 대상종목을 확대해왔다. 거래소는 수시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홍콩식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형주에서는 공매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공매도 비중이 높아 피해가 컸던 종목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의 국내 도입은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따른 '유령주식' 사태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석헌 원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에도 금감원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주장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1.2.3/뉴스1

그러나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는 부정적이었다. 홍콩을 제외한 해외 주요국들이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만 도입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홍콩은 과거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던 나라라는 특수성도 감안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3월3일 "홍콩은 공매도 금지에서 일부를 허용해주는 철학"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줄이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홍콩식 공매도, 즉 일정 소액 주식 대상으로 공매를 금지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금융위의 입장이 이번에 바뀌었다. 공매도는 재개해야겠는데, 개인투자자들과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거센 만큼 절충안인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참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면 재개도 아니고, 금지 연장도 아니고,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에 금융위가 바람직한 결정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속해서 저희가 건의한대로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빨리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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