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김명수, 비굴하게 연명 말라" 사퇴 압박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국민의힘은 '거짓해명' 논란에 휘말린 김명수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관 탄핵은 사법부 독립성 침해'라는 논리를 펴면서 이를 비판하기 위해 초대 대법원장인 자신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의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 일화까지 꺼냈다.
김 비대위원장은 4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임 부장판사 기소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임 부장판사가) 재판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관 탄핵 강행을 통해 정국 이슈를 전환하고 거대 의석을 통해 사법부를 길들여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법관 탄핵소추를 밀어붙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의 행태도 문제지만 김 대법원장의 행태는 너무나 한심스럽다"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관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하며 무려 100명이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에 넘겼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은, 2018년 6월 15일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담화문을 내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해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검찰 수사 협조를 약속했던 일이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검사와 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중립적인 판단을 해야 할 판사가 검사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된 것에 참으로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라고 당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판사들의 심경을 대변하며 "안타깝게도 결국 80여 명의 판사가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났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당시 담화문에서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김 위원장은 "이후로도 김 대법원장은 정권의 판사 길들이기에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를 탄핵의 골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대법원장을 떠나 선배 법관으로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법관들은 탄핵안을 제출한 국회의원보다 비겁한 선배·동료의 모습을 보며 비참·참담한 심경일 것"이라고도 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자성을 선후배·동료 간의 문제에 비긴 셈이다.
김 위원장은 사법농단 문책이라는 탄핵소추의 본질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태를 '사법부 독립 침해'로 보고 김 대법원장이 이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1956년 당시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법원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당시 대법원장은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답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과거의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 대법원장은 김 위원장의 조부인 가인 김병로였다.
김 위원장은 "(당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맞서며 지키려고 헀던 가치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라며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는 초대 대법원장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그분 흉상이 배치돼 있다. 김 대법원장은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 촉구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용납될 수 없지만, 그것을 공문서로 만들어서 국회에 보낸 것은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라며 "제출된 사표를 이유 없이 수리하지 않았다면 직권남용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성근 판사 측이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을 고려해 자신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한 것과 관련된 비판이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대법원을 통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녹취파일이 공개돼 이 해명은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주 원내대표는 "뿐만 아니리 법관 인사에 있어서도 너무나 신뢰를 떨어트리고 인사 시스템에 맞지 않는 인사를 했다"며 "(통상) 한 법원에 3년 있으면 이동이 되는데,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조국 입시비리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의혹) 사건, 최강욱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 등 정권 관련 주요 사건 재판을 맡으며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 진행을 한다는 지적을 받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3년이 지났음에도 계속 그 자리에 두고 있고, 반면 사모펀드·입시비리 혐의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 검언유착 사건을 심리해 온 재판부는 모두 인사 조치를 해 재판부를 깨버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코드'에 맞는 재판부는 인사 주기(週期)를 넘어서까지 두고, 중요 사건을 모두 거기에 보내 판결을 왜곡·지연시키는 일을 대법장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언론에서 '김 대법원장은 언제 탄핵하느냐'고 묻는데, 임 부장판사 탄핵과 관련해서 마치 (그에 대한) 대응으로 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탄핵 발의 이유가 법관 독립성 침해" 맞불
이처럼 야당은 '법관 탄핵이 법원 독립 침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으나, 여당은 정반대로 임 부장판사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야말로 그가 법원의 독립성을 침해한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적 과반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유는,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법원도 이미 (임 부장판사의 행동이) 위헌임을 인정했다. 1심 판결문에는 6차례에 걸쳐 위헌임이 적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8년 전국법관대표자회의도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선언한 바 있음에도 법원은 징계 시효 경과를 이유로 임 부장판사를 징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이에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탄핵소추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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