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 스타트업으로 보이니?

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2021. 2. 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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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키우는 핀테크·B2B, 채용 규모 급증..AI·로봇 분야 인재 유인 위해 이색 채용도

(시사저널=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국내 스타트업의 채용 규모가 대기업을 훌쩍 넘어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스타트업은 1년간 11만7000명을 신규 고용했다. 이는 4대 그룹 신규 고용 2만1000명보다 5.6배나 많은 수치다. 스타트업 전체 종사자 수도 80만4000명으로 삼성·현대차·LG·SK의 상시 근로자 66만8000명에 비해 훨씬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의 채용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스타트업 채용문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유니콘(상장 전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을 이룬 기업) 기업이 추가되면서 거물 스타트업이 늘어난 덕이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이 늘어났고 벤처투자 물꼬가 터지면서 스타트업 채용 규모도 동시에 커졌다.

2020년 11월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0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에서 취업준비생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톡옵션·샤이닝 보너스로 유인 효과

1분기 대형 채용을 예고한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핀테크나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기업이 많다. 비대면 모바일 금융 플랫폼,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샤이닝 보너스 등의 혜택을 제공해 인재 유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1분기 300명 넘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출범할 토스증권, 토스뱅크를 포함해 전체 조직 규모를 1분기 내에 10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핀테크 기업 핀다도 최근 시리즈B 단계 투자유치를 마무리 짓고, 두 자릿수 규모의 경력 개발자 공채에 나선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함께 올해 새롭게 시행할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원격회의 툴, 기업용 AI기술 등을 개발하는 B2B 스타트업도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 중인 채널코퍼레이션은 임직원 100명을 목표로 현재 두 자릿수 채용을 진행 중이다. 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 개발사 인덴트코퍼레이션, 소상공인 매장 솔루션 스타트업 스포카, 음성인식 AI 전문기업 아틀라스랩스 등도 올해 엔지니어, 기획자를 뽑는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이색 채용을 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주로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신기술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해외송금 스타트업 센트비는 핀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유일하게 외환 전문 직무인 트레저리&트레이딩팀을 뽑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고피자는 다른 외식 기업에서 보기 힘든 미래기획실 인재를 채용한다. 미래기획실은 고피자의 매장 운영 전반에 걸쳐 본사에서 관리 가능한 관리 시스템부터 AI를 이용한 어시스턴트 개발, 더 나아가 로보틱스까지 사람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한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고피자는 기술력은 물론이고 개발된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테스트베드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장점은 기술 개발의 중요한 사이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며 "외식업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때문에 기술 개발 경험과 음식 기본 지식이 있는 미래기획실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AI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일반 기업에는 없는 AI 분야 인재 '히어로즈'를 채용한다. 히어로즈는 AI 인재 발굴, 인재 영입, 팀 빌딩부터 AI 문제 세팅, 코어 프로덕트 개발, 비즈니스 전략 구축과 더불어 다양한 AI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직군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AI를 비즈니스와 서비스에 직접 적용해 보면서 기존 직무로는 한정 지을 수 없는 직군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AI 기술은 비즈니스 결과로 이어지는 업무를 표준화하기 힘들다. 이는 새로운 기술로 비즈니스를 할 때 늘 따라오는 어려움이기도 하다"며 "AI 문제에 맞춰 다르게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정의되지 않은 이 업무들을 함께 정의하면서 만들어갈 용기 있는 인재들이 필요해 타 기업과 다른 직군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대기업의 과제를 스타트업이 기술로 해결하는 상생협력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혁신 역량 가진 인재 수요가 공급 상회할 것"

한편 스타트업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자들은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 투자활성화(46.4%), 우수인력 확보(36.7%)를 꼽았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규제 해소 등 현실적인 문제가 거론됐다면, 2020년에는 인재 채용 문제가 상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치인 4조3045억원으로 증가하며 자금력이 생긴 스타트업도 늘어났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투자 유치 이후 '인재 채용'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사업 안정성을 검증받고 시리즈B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채용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경림 오픈서베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채용은 최근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며, 나날이 그 우선순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트렌드와 조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빠른 학습 능력과 실행력, 전략적이면서도 유연한 사고, 동기부여 등의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COO는 또 "이제 스타트업 채용시장에선 좋은 역량을 갖춘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자체가 실력이 됐다"며 "오픈서베이도 채용 전용 웹사이트를 열거나 파격적인 샤이닝 보너스(연봉 외 성과급) 지급, 내부 추천 제도의 리워드를 올리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 앞으로는 경영지원, 영업,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가진 인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많은 스타트업이 최근 들어 직군을 더욱 다양화해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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