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친엄마 화상 상봉 美입양 한인 "늘 외로웠다"

왕길환 2021. 2. 4. 10:3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내 화상 상봉장.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을 36년 만에 만나기 위해 성남에서 온 어머니 김모(67) 씨가 아들과 함께 상봉시간 보다 30분 먼저 도착했다.

딸은 지금까지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어머니는 죽었다고 여기며 가슴에 딸을 묻었다가 이날 극적인 상봉을 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고 이정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주임이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모 "죽은 줄 알았는데.., 이젠 가족이 돌봐줄게" 울먹여
아동권리보장원·성남중원경찰서 등 지원으로 가족 찾아
입양인(왼쪽)과 상봉하는 가족들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3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내 화상 상봉장.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을 36년 만에 만나기 위해 성남에서 온 어머니 김모(67) 씨가 아들과 함께 상봉시간 보다 30분 먼저 도착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딸 이모(41) 씨의 얼굴이 침묵을 깨고 화면에 나오자 어머니의 눈시울은 곧 붉어졌다.

딸은 지금까지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어머니는 죽었다고 여기며 가슴에 딸을 묻었다가 이날 극적인 상봉을 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고 이정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주임이 전했다.

이 주임은 3시간 동안 엄마와 딸 사이에서 36년간의 공백을 메워주는 통역 역할을 했다. 그가 4일 전한 상봉 표정을 정리했다.

먼저 딸이 입을 뗐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여겼기에 이 말이 가장 하고 싶었을 거란 추측이다.

그러자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씨는 6살 때인 1985년 6월 성남시에서 실종돼 아동보호시설을 거쳐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미국에 입양됐다.

어머니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딸이 이어서 또 한마디 던졌다.

"세상에 혼자밖에 없어서 늘 외로웠어요."

미국까지 입양갔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는 소리내어 울었다.

어머니를 대신해 오빠가 실종 당시 상황을 설명해줬다. 버스 정류장 3곳을 가면 고모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 남매는 버스를 타고 고모집을 자주 왕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씨는 내려야할 정류장에서 못내리고 지나가는 바람에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입양인은 "혼자였다", "고독했다", "힘들었다"는 말을 울먹이면서 연거푸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와 가족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기쁘다"는 말로 만남의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딸의 얼굴과 표정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 어머니도 "이젠 가족이 있으니 너무 외로워하지 말라"고 다독여줬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같이 살자", "너를 돌봐줄 가족이 이젠 여기있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딸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가려면 한국어도 배워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가족 곁으로 오고 싶다는 '눈빛 교감'을 했다.

그의 오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김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진정돼 미국행이 쉬워지면 동생이 사는 미국에 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자 입양인도 아들(5살)과 딸(3살)을 데리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상봉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의 부친은 작년 가을 세상을 떠났다.

입양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만났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항상 오빠들이 자신을 챙겨줬던 기억을 떠올린 입양인은 오빠들의 안부를 물으며 카카오톡 ID를 알려줬다. 앞으로 수시로 카톡으로 사진과 안부를 주고 받기로 약속도 했다.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입양인은 어머니와 오빠와 헤어지면서 이 말을 하며 웃어보였다.

이들 가족의 상봉은 성남중원경찰서와 아동권리보장원, LA총영사관, 대한사회복지회 등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특히 성남중원경찰서 실종수사팀은 당시 오빠 2명이 있었다는 입양기록과 60여 차례 입양인과의 이메일 연락을 찾아내 가족으로 추정되는 1천396명을 대상으로 추적에 나섰고, 이들 중 가족 관계, 주소지 변동 등 이력이 비슷한 이 가족을 찾는데 성공했다.

ghwang@yna.co.kr

☞ 1년 넘게 안 보이는 北 리설주…신변이상설
☞ 월 120만원 따박따박…조두순 복지급여 막을 수 있나
☞ 도경완, '더 트롯쇼' MC…SBS서 프리랜서 첫발
☞ 가족에 확진 숨긴 엄마 때문?…일가족 모두 사망
☞ 칼에 찔려 차 트렁크 갇힌 여성, 후미등 떼고 간신히…
☞ 탈모약 프로페시아 '극단선택 부작용' 알고 있나요
☞ [전문] 임성근 변호인 공개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 수백억 횡령에 여신도들 강간한 '가짜 부처'에 中경악
☞ 67세 남동생 관리 힘드네…머리 아픈 바이든
☞ 리얼돌과 약혼한 남성 "상할까봐 과한 스킨십 안해요"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