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권 늦었지만, 변이 바이러스 잡을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속도전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내년 초 출시 목표
제넥신 "연내 긴급 사용 승인 목표로 개발"
진원생명과학·지아이셀 등 변이 바이러스 대응
유바이오로직스, ‘노바백스’와 같은 방식
셀리드, 올해 긴급사용신청 계획 목표
국산 1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70여국에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몰하고 백신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은 백신 개발 후발주자지만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이 좀처럼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아, 신규 백신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백신 개발 역사가 짧고, 자본력,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계절마다 백신을 맞아야 할 경우, 안정적 접종과 자주권 확보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롭게 출몰한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향후 발생할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산 백신’ 개발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완주에 의미를 두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095700),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206650)등 5개사가 대표적이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제넥신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 있다. 20년 전부터 백신 공장을 세우고 연구개발(R&D)에 주력해온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각각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NBP2001’과 ‘GBP510’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 올해 내 임상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상목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개발실장은 "SK가 개발하는 독자 후보물질 NBP2001은 임상 1상,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 GBP510은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 3분기쯤 중간결과를 확인하고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두 가지 백신 후보물질인 NBP2001과 GBP510을 두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NBP2001은 지난해 11월 임상 2상에 진입했고 GBP510은 지난달부터 임상 1·2상에 돌입했다. NBP2001은 코로나19의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GBP510은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백신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글로벌 백신보단 늦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검증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면서 "범정부 지원 아래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을 자신한다. 회사는 국내에서 오는 3월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임상 2a상을 진행해 연내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한다.
제넥신은 국내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갑작스럽게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기존 ‘GX-19’에서 ‘GX-19N’으로 변경,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로 처음부터 다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백신 후보인 GX-19N은 기존에 제넥신의 백신 후보물질인 GX-19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기존 스파이크(Spike) 항원에 높은 서열보존성을 가진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추가 탑재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백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동물실험 등을 통해 폭넓고 강력한 T세포 면역반응 및 향상된 항체반응을 확인했다"면서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임상 3상 진입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만,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우수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바이오·셀리드, 백신 개발에 속도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 임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조기 품목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과 비슷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으로 분류된다. 회사는 유코백19의 임상 1상은 2분기쯤에, 임상 2상은 올해 3분기 초에 각각 마무리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하반기 중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셀리드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유사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백신이다.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에 대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해 임상 1, 2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3월 150명의 임상 2a를 마치고 6월 초순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2b를 진행할 예정이다"라면서 "임상 2상에서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확증하면 8월에는 긴급사용 신청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 후보 ‘GLS-5310’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DNA 백신 ‘GLS-5310’에 대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최근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GLS-5310’의 남아공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평가하는 공격 감염 동물실험에도 착수했다. GLS5310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하고자 ‘ORF3a’ 항원을 추가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내년 4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5월쯤 백신을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 자회사 지아이셀도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지아이셀은 자체 보유한 단백질 백신 개발 플랫폼인 GI-COV-VAX를 이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IC-1114/1114m’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형성뿐 아니라 T세포 반응 유도를 통해 향후 변종 바이러스에 향상된 예방 효과를 낼 것으로 회사는 기대한다.
◇ "최종 허가 관문까진 지켜봐야" 신중론도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은 기적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업체들의 백신 개발이 최종 허가 관문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변이에도 대응할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아직 선진국 개발사에 비해 매우 더딘 개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종 임상 3상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백신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백신 개발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 업체들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이 바이러스 출몰 이전에 임상을 마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 관련 데이터가 없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박사는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백신 개발 등의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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