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생기면 우울한 이유는 뭘까..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허송욱 연구팀
신체 염증이 뇌로 전이돼 우울증 유발

염증성 질환 환자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허송욱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신체 염증이 뇌로 전이돼 우울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실시간 생체영상기술으로 밝혀냈다고 4일 발표했다.

그동안 염증성 질환 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임상 연구는 있었지만, 신체 염증이 우울증을 어떻게 유발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신체 염증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생체영상을 통해 최초로 밝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염증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반응이다.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으로 감염이 발생하면 NFkB라는 단백질이 염증반응을 일으켜 생명체를 보호한다. 이를 통해 외부 물질이 제거되면 GR 단백질이 불필요한 염증반응을 억제한다. 다양한 염증성 질환은 GR 단백질이 염증반응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연구팀은 NFkB와 GR 단백질의 활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관찰하기 위해, 두 단백질을 각각 표적해 발광하는 고감도 측정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를 살아있는 동물의 신체와 뇌에 주입하고, 세균독소(LPS)를 투여해 염증을 유도한 후 NFkB와 GR 활성을 측정했다.

투여 후 초반부(1~6시간)에는 동물모델의 신체에서 염증반응이 촉진됐다는 것을 NFkB 센서를 통해 확인했다. 신체에 통증이 발생했음을 동물 행동실험으로 파악했다. 뇌의 염증반응이나 우울증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중반부(6~10시간)에서는 신체의 염증반응이 억제됐다는 것을 GR 센서로 알 수 있었으며 뇌 염증반응이나 우울증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후반부(10~12시간)에 뇌의 전두엽 부분에서 NFkB가 활성화돼 신체의 염증이 뇌로 전이됐음을 알 수 있었다. 염증을 억제하는 GR 단백질도 뇌에서 활성화됐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뇌 속의 염증반응은 중단되지 않았다. 동물모델의 우울증 증상을 행동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GR 단백질이 염증 억제 기능을 상실해 우울증이 유발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KBSI 서울센터의 ‘발광형광 실험동물 이미징 시스템’을 활용해 동물모델의 염증현상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영상화했다. 동물을 마취시킨 상태에서 실험 경과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공저자인 김재민 전남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신체염증과 우울증의 생물학적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과, 코로나19로 인한 염증성 우울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송욱 책임연구원은 “KBSI 서울센터에 구축된 생체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우울증 및 염증연구 뿐만 아니라, 암, 면역학, 약물 연구 등 다양한 질환에 관한 공동연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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