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뇌졸중 다음으로 많은 뇌전증, 발작오면 바로 응급실 가나요?
수차례 반복, 30분 이상 지속하면
응급실 찾아야
2월 8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
"정신병 아닌 치료가능한 질환" 인식 가져야
원인은 비정상적 뇌파로
국내 환자 30만~40만명 추산
2월 8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뇌전증 환자의 권익 신장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뇌전증(epilepsy)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해외 한 보고에 따르면 뇌전증 유병률은 1000명당 4~10명 정도, 매년 인구 10만명당 20~70명이 새롭게 뇌전증으로 진단받는다. 특히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역사적으로 인종, 연령, 국가, 지역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흔한 신경계 질환 중 하나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다"라며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뇌파로 발생=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되어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 받는 데, 이 과정에서 뇌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 발작이 나타난다.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수히 많다. 연령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뇌전증의 원인은 △유전 △분만 중 뇌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국내에서 뇌전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8년 29만 7635명으로 연간 30만명에 가까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30만~40만명으로 추산된다. 뇌질환 중 치매(70만명), 뇌졸중(60만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약물·수술 치료로 대부분 일상생활 가능= 뇌전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단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한다. 최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소개되고 있다.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발작이 잡히지 않아 사회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는데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윤호 교수는 "최근 뇌전증에 대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수술 후 뇌전증의 조절률이 높은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조기에 수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 원인이 되는 병소가 뚜렷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 전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한 뇌피질파 검사 등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이밖에 발작 완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미주신경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 반응성뇌자극술(responsive neurostimulation, RNS), 케톤생성 식이요법 등이 있다.
◇발작시 기도유지, 수차례 반복되면 응급실 찾아야= 일단 뇌전증 발작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조이는 벨트나 넥타이 등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 특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기도유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입에 이물질이 있는 경우 반드시 단단한 기구를 사용해 빼내야 한다. 자칫 손가락을 이용하면 다칠 수 있다.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색을 일으킬 수 있다. 절대하면 안 된다.
발작이 발생했을 때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발작이 계속 반복되거나 의식의 회복없이 30분이상 지속되면 '뇌전증지속증'이라는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즉시 응급실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지적 능력이나 업무능력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일부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피하고 감기약은 성분 확인해야= 음주는 되도록 멀리하는 게 좋다. 알코올은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감기에 걸렸을 경우 일반 종합감기약을 복용하기보다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감기약 성분 중 약물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을 수 있고 항히스타민제를 많이 먹게 되면 발작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약을 먹을 때도 주의한다. 한약 성분 중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을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수영, 암벽타기 등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면 위험한 운동은 동반자와 함께한다.
뇌전증 환자는 환자 자신과 다른 운전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절대로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안정적인 경과를 보인다면 담당 의료진의 의견과 뇌파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은 마련돼 있다. 기본적인 운전 적합성 기준은 1년간 운전에 방해가 되는 뇌전증 관련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 가능하다. 뇌파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담당 의료진에게 문의해 함께 상의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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