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작가 한정연의 1인가구 내 집 마련 프로젝트

송화선 기자 2021. 2.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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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사는데 굳이 집 살 필요 없다? 있다!
● ‘역세권 신축 초품아’? 1인가구 기준은 달라도 된다!
● 서울 아파트값 치솟아 매수 포기? 여전히 방법 있다!
● 좋은 위치 한 동 짜리 아파트 노려라

[조영철 기자]
한정연 씨(47)는 경제 전문 작가다. 국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수차례 이사를 다녔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경제 관련 책을 쓴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1인가구' 주거 문제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고민'을 넘어 '고통'을 호소하는 1인가구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작가가 보기에 서울이나 수도권에 근거지를 둔 1인가구 상당수가 요즘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왜 그때 집을 사지 않았을까"

"20대든 40대든 집 얘기만 나오면 그래요. '내가 왜 그때 아파트를 안 샀을까요' '앞으로 영영 아파트를 살 수 없게 되면 어쩌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저도 1인가구라 잘 아는데, 혼자 사는 사람 상당수는 보통 집 구매에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거든요. 살(live) 곳이 있는데 굳이 뭐 하러 사나(buy) 여기는 거죠. 그러다 순식간에 집을 영영 살 수 없게 될 것 같은 환경에 내몰리니 당황하고 상실감에 빠진 거 같아요. 깊은 한숨을 쉬는 분들을 보면서 1인가구 집 문제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주요 언론에는 연일 부동산 값 폭등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보도에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한다. 한 작가가 보기에 현재 서울 부동산값 상황이 어떨까. 그는 "지난 가을과 비교해도 집값이 무척 많이 오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가 오늘 인터뷰하러 오기 전 포털사이트에서 '서울 3억 원 이하 아파트'를 검색해 봤어요. 매물이 다섯 개가 채 안 되더군요. 그중 몇 개는 이름만 '아파트'지, 도저히 아파트라고 보기 어려운 물건이었고요." 

지난해 가을 상황은 지금과 달랐는지 물었다. 한 작가는 "그때만 해도 서울 일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이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어느 구 어느 동, 수도권 어느 지역에 가면 3억 원 미만 아파트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죠. 그 존재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런 집들까지 다 가격이 껑충 뛰었습니다."

1인가구 10명 중 7명은 소득 300만 원 미만

이런 상황은 다인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1인가구에 특히 좌절감을 주고 있다는 게 한 작가 생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9년 맞벌이 가구 및 1인가구 고용 현황' 자료를 보면 근로소득을 받는 국내 1인가구 가운데 69%는 월 급여가 300만 원이 안 된다. 한 작가는 "서울에 3억 미만 아파트 매물이 있고, 은행이 집값의 70~80% 정도까지 대출을 해주던 시절에는 소득이 적은 1인가구도 무리해 '내 집 마련'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작가는 "주목할 것은 이런 상황 변화 때문에 역설적으로 '내 집' 필요성에 눈을 뜬 1인가구가 많아진 점"이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식이 결혼할 때가 되면 부모가 신혼집 비용을 보태주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그런 후원을 받지 못하는 1인가구는 '집은 결혼한 사람들이나 사는 거지, 내가 뭘' 했고요. 최근 전반적인 부동산값 상승으로 많은 사람이 주거 안정성에 위기를 겪으면서 비로소 '혼자 살아도 내 집이 필요하네' 하고 생각하게 된 사람이 늘어난 거 같아요." 

한 작가는 "이것이 1인가구의 삶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1인가구들이 지금의 좌절감을 출발점으로 삼아 '어떻게 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스스로 질문해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동산 재테크 책을 보면 집을 고를 때 역세권, 신축, 대단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등의 조건을 따져보라고들 해요.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이런 요소를 갖춘 집은 미래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이미 비쌀 개연성이 크죠."

"나한테 맞는 집은 따로 있다"

한 작가는 "1인가구는 이들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고를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 한 동짜리 '나 홀로 아파트'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 대단지 아파트는 거래가 잘되고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달리 말하면 한 집에 오래 살 생각이고, 자산 증식 욕심이 없다면 '나 홀로 아파트' 거주를 피할 이유가 없다. 한 작가는 "집 한 채 가진 1인가구는 집값이 오른다 해도 그리 실익이 없다.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집을 팔아 현금을 남기고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나쁜 곳으로 이사갈 리 없기 때문"이라며 "1인가구는 자산 가치보다 원하는 위치, 구조, 주위 환경 등에 기준을 중심으로 집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때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물을 눈여겨볼 것도 권했다. "요즘은 주거 여건이 좋고 관리가 잘 되는 빌라도 많은 걸로 안다. 마음에 드는 동네의 공인중개사와 가까이 지내며 수시로 발품을 팔면 좋은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한 작가는 "1인가구는 보통 이런 과정을 귀찮아해 내 집 마련 대열에서 탈락한다"고도 꼬집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자녀가 있는 사람은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거든요. 학군을 따져야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게 아파트 브랜드도 고민하니까요. 그들과 비교하면 1인가구는 집 구하기가 훨씬 쉬운 겁니다." 

한 작가는 '내 집'이 꼭 갖고 싶다면 일터에서 다소 먼 곳에 집을 구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서울 밖을 둘러보면 지금도 주거 여건이 좋으면서 서울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집이 제법 많다. 야근하는 날, 폭설이 쏟아진 날 등 집에 가기 힘든 날은 종종 회사 근처 비즈니스 호텔에서 잠잘 각오를 한다면, 회사에서 좀 먼 곳에 집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고생스럽게 출퇴근을 하라는 말씀이 절대 아니에요. 마음에 쏙 드는 집이 일터에서 다소 먼 곳에 있다면, 주말과 휴일의 휴식을 생각하며 구매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내가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곳

한 작가는 "내가 뿌리내리고 살 곳이 생기면 삶이 훨씬 안정감 있고 풍요로워진다"는 걸 뉴욕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뉴욕에서 일하던 시절, 돈이 없어 이사를 참 자주 다녔거든요. 그러다 한번 계피빵을 굽는 작은 가게 근처 집에서 꽤 오래 살았는데, 그 시절이 참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마다 그 향기를 맡는 게 좋았죠. 가게 주인이 저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한 작가는 "혼자 사는 사람 삶에는 숙명적으로 고독이 함께하는데, 한집에 오래 살면 이웃과의 유대를 통해 고독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1인가구라도, 자산 증식 욕망이 없어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 집'을 마련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저는 집을 사시라고 절대 강요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매달 임차료를 내고 사는 삶 외에 다른 삶의 방식도 있다고 1인가구한테 알려드리는 거죠. 처음의 번거로움, 어색함, '내가 뭘' 하는 마음만 넘어서면 됩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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