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최에 '찬물' 끼얹은 조직위원장의 성차별 발언

김회경 2021. 2. 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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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발생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이 여성 차별 발언이 불거지면서 일본 국내외의 비판을 받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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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위원장 "여성 많은 이사회는 시간 걸려"
국내외 비판 빗발치자 "부적절한 표현" 사과
일부 사퇴 요구엔 "사임할 생각 없다"며 부인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화상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발생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이 여성 차별 발언이 불거지면서 일본 국내외의 비판을 받으면서다.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모리 위원장은 발언 하루 뒤 기자회견에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모리 위원장은 3일 오후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온라인 참가자를 포함해 51명이 참석한 회의에선 JOC 여성 이사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하는 목표가 제시됐는데, 이에 대한 사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JOC 이사는 25명 중 여성은 20%인 5명이다.

모리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인사말을 통해 자신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맡았던 일본럭비협회의 여성 이사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모두가 발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이사를 늘릴 경우에는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하지 않으면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누가 말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이라며 농담조로 덧붙였다. 발언 당시 웃음 소리가 나왔지만 현장에서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회의 영상은 언론에도 공개된 터라 국내외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4일 "전 세계에서 선수들을 초청해 여는 스포츠 제전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 발언으로 듣기에는 귀를 의심케 한다"며 모리 위원장의 발언이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모리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고 "도쿄올림픽 주최 측은 개최 반대 여론과 추가 비용 외에 새로운 분노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 상에서는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와 로이터 등 해외 통신들도 모리 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여자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미조구치 노리코(溝口紀子) 전일본유도연맹 평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모리 위원장의 발에 대해 "여성 이사의 문제가 아니라 회의 진행자의 수완에 달린 것"이라며 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올림픽 정신 구현 등을 위한 메시지 발신에 힘써 달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모리 위원장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을 멸시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일반론적으로 여성의 수만 늘리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볼 일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해당 논란에 대해 설명할지 여부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모리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의 재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에 성화 봉송 주자 중 한 명으로 내정돼 있던 개그콤비 '런던부츠 1호2호'의 멤버인 다무라 아쓰시(田村淳)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리 위원장이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가 어떤 형태든지 간에 개최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며 성화 봉송 주자에서 사퇴할 뜻을 밝혔다. 그는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지만 연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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