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거짓말한 대법원장이 탄핵감, 분노와 배신감"

이정구 기자 2021. 2.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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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변호인 측이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4일 공개했다.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선 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감이다”,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성을 지키긴커녕 사법부를 정치화하는데 앞장섰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녹취록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별도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선 판사들 “충격, 분노와 배신감. 연판장 돌려야”

대법원은 3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 등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을 이유로 말한 적도 없고, 사표가 대법원장에게 실제로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말이야”라며 국회의 탄핵 절차,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본인이 받을 비판 등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부장판사는 “충격적, 법원 내에서도 공론화해야 한다”며 “과거 같으면 벌써 대법원장 물러나라고 연판장을 돌렸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 전날 국회에 ‘허위 답변’ 제출도 논란

앞서 대법원은 3일 국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과 정반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같은 날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 입장 발표 이후 약 3시간 뒤 입장을 발표하고 대법원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장 면담 전에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뒤, 면담에서 대법원장에게도 보고했다”고 반박하며 “사표는 현재 대법원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이후 대법원은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대법원’ 조직을 이용해 국회에 허위답변을 제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법원장이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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