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남교육청의 공무직 전환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시사저널=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7333명 중 2명만 탈락했다. 채용 심사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원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 청소, 보수 등 단순 업무를 맡고 있던 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본적인 서류와 인성 면접만 실시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합격시켰고, 탈락시키기 위해 심사하지 않은 셈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2일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의 공무직 전환과 관련해 3단계에 걸쳐 전담 인력을 뽑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 20일 이전에 근무하고 있던 163명은 면접시험을 거쳐 전담 인력으로 전환된다.
두 기관의 정규직 전환 방법이 엇비슷하다.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 2019년 인천공항 협력업체 직원 9781명 중 공사가 정규직 전환 선언을 한 2017년 5월 12일부터 2018년 10월까지 채용된 3604명을 대상으로 채용 과정을 점검했다. 놀랍게도 채용 서류를 확인할 수 없는 등 2300여명이 부적절한 채용으로 드러났다. 또 공사나 협력사 임직원의 친·인척 93명이 비공개 채용 등 불공정한 방식으로 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협력업체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면 인천공항 자회사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경남교육청은 어떨까 궁금하다.
정부는 이처럼 일부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직원들이 친인척 등을 추천해 비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한 사실이 적발되자 2018년부터 정규직이 되려면 시험이나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일반 지원자와 경쟁도 하고, 심사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 교육감은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공무직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수정한 지침을 외면한 채 정규직 전환을 밀어부치고 있는 형국이다. '인국공 사태'에서 배운 채용의 공정성은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박 교육감은 또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의 공무직 전환을 다루는데 전환심의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박 교육감은 경남교육청의 전문가 풀에 있던 노사관계 전문가, 변호사, 노동계 추천위원들을 전환심의위원회에 대거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전환심의위원회가 시작되더라도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일 열린 전환심의위원회는 단 1회에 그쳤고 논의한 시간도 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경남교총은 "투명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밀실협약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박 교육감의 공무직 전환 방침과 관련해 교육청 공무원 노조와 경남교총, 교육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교육청 공무원 노조는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라 나온 해법이고, 균형을 잃어 일반직 교육 행정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교총은 "본질적인 개선 없이 전환심의위원회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다시 한번 불공정 채용인사를 강행하려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관련 단체인 학교바로세우기운동본부도 "전환심의위원회 개최라는 면피성 과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전면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모두가 능력과 실력 대신 불공정 채용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공정한 채용을 위해 학력도 보지 않고 블라인드 채용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완전히 역행한다는 목소리다.
한 교육공무직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개채용이라는 제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편법적인 행정행위를 통해 채용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방과 후 자원봉사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반응했던 박 교육감이 교육 관계자나 취업준비생의 절규에 대해서 외면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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