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한 몸' 이룬 한쌍의 별 '푸른 도넛'이 되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2021. 2. 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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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과의 대화- 쌍성계의 신비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대부분의 별은 둘이 같이 다녀
태양 같은 '단독성' 별로 없어
은하수 내 '파란 고리 성운'은
두 별 합쳐지는 마지막 단계
만약 태양이 '쌍성계'였다면
우리 사는 지구 사라졌을 수도
파란 고리 성운/NASA
[서울경제]

지구에서 바라보는 하늘,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주를 흔히 ‘천구(天球)’라고 표현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천구상에 있는 각자의 위치에 콕콕 박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별은 모습이 변하기도 하고, 수명을 다해 죽거나, 죽은 별의 잔해 속에서 다시 새로운 별이 태어나기도 한다. 주변의 다른 별과 상호작용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별의 일생은 보기보다 꽤 역동적이다. 다만 그 시간의 규모가 너무 커 인간이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뿐이다.

별의 일생을 알기 위해 어느 한 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관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수많은 별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기 중 어느 특정 시점을 지나는 중이다. 우리가 별을 관찰하는 것은 그 별의 일생 중 어느 한순간의 스냅사진을 보는 것과 같고, 다양한 별의 스냅사진을 모아 봄으로써 별들이 살아가는 주기를 엿볼 수 있다.

별의 일생 중 아무 때나 스냅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이 태어날 때부터 쉽지 않다. 별은 성간물질이 어떤 섭동을 받아 밀도 분포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중 밀한 부분을 중심으로 물질들이 모여들면서 태어난다. 가벼운 기체와 아주 작은 먼지가 뭉쳐 핵융합이 발생할 정도의 환경이 돼야 별이 태어나는 것이므로 그 일대는 대단히 혼잡할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 기체와 먼지 때문에 가운데 있는 별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별빛을 소광하는 물질들이 걷히고 나면 비로소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이 된다. 별은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가량 제 안의 연료를 태우며 일생의 상당 부분을 지낸다.

한 가지 재미있지만 자주 관측하기 어려운 것은 별과 별이 하나로 합쳐질 때다. 별은 태양처럼 홀로 지내는 별도 더러 있지만 두 개의 별이 하나의 쌍성계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계를 이루던 동반성끼리 근접해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때도 충돌로 인해 별을 이루던 물질의 일부가 밖으로 퍼져나오면서 일시적으로 기체 분자와 먼지 입자가 충돌 현장을 감싸버려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관측하기가 어렵다. 이 구름이 우주 공간으로 서서히 퍼져나가 사라진 뒤에는 모든 과정이 이미 끝난 뒤다. 이 시기의 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평범한 하나의 별처럼 보인다. 바로 얼마 전에 큰 충돌을 겪어 두 개의 별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

중성자별의 충돌 상상도/카네기과학센터

운이 좋으면 그 현장을 포착할 수도 있다. 우리 은하수 중심 평면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파란 고리 성운’의 독특한 형태를 분석하던 천문학자들은 파란 도넛처럼 생긴 그 성운이 실은 두 개의 별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임을 알게 됐다. 중심에서 퍼져 나온 기체와 먼지의 구름이 이미 조금 멀어진 뒤라 안이 들여다보이면서도 아직 그 구름이 다 사라지기는 전이어서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파란 고리 성운은 실제로 파란색은 아니다. 원자외선 영역에서 잘 보이는데 이를 시각화할 때 자외선과 가까운 파란색으로 가채색을 했기 때문에 파란 고리 성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성운의 팽창 속도로부터 역산해보니 성운이 중심 별로부터 퍼져나온 지는 수천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별의 일생 후반부에 무언가 다른 사건이, 이를테면 근처에 있던 별과 만나는 것과 같은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별의 수명이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수천 년 정도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파란 고리 주변으로는 고리를 교집합의 벤다이어그램 형태로 감싸고 있는 두 개의 원이 보인다. 이것은 두 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생겨난 충격파가 앞뒤로 퍼져나가는 흔적이다. 충격파가 지나가는 자리에 있던 수소 분자가 일시적으로 들뜬 상태가 됐다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내는 형광이다. 그 진행 방향을 우리가 완전히 정면에서 보고 있다면 앞과 뒤로 각각 퍼져나가는 두 개의 고리가 겹쳐 하나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15도 정도 비스듬한 방향이라 앞뒤 고리를 모두 볼 수 있게 됐다.

중심에 있는 별은 우리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졌고 나이는 태양보다 꽤 많은 모양이다. 별이 일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주계열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시점, 안쪽의 연료가 소진돼 별의 표면 부근에 있는 연료까지 활용하려고 할 때 일시적으로 부피가 커지면서 근처에 있던 작은 동반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 태양도 쌍성계였다면 그런 일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에는 태양과 같은 단독성보다 두 개 이상의 별이 하나의 계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양의 마지막 순간이 오는 것 외에 지구를 위태롭게 할 다른 사건이 없다는 것은 퍽 운이 좋은 일이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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