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음에 새는 먹이 놓치고 귀뚜라미 짝 잃는다
코로나로 일상화된 재택 화상 회의를 하다가 집 앞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리거나 옆집 인테리어 공사 소음이 들려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잠시 업무를 멈추는 정도지만 동물은 사정이 다르다.
도심 소음이 동물이 먹고 번식하는 생명의 본능을 크게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사람이 만든 소음에 새는 먹이를 찾지 못하고 귀뚜라미는 짝을 잃는다는 것이다.
◇교통 소음에 새들은 먹이 못 찾아
미국 퍼시틱대의 크리스토퍼 템플턴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에 “교통 소음이 금화조의 먹이 찾는 능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한쪽은 소음을 차단하고, 다른 쪽은 20~30m 거리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음이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두 곳에서 각각 금화조에게 먹이 찾기 실험을 진행했다.
새는 나뭇잎 모양의 뚜껑을 열고 그 아래 먹이를 구하거나 누워 있는 원통에서 구멍이 열린 쪽으로 가서 그 안의 먹이를 찾아야 했다. 템플턴 교수 는 “금화조는 소음이 없는 환경에서 먹이를 거의 두 배나 더 잘 찾았다”고 밝혔다.
◇코로나 봉쇄로 다시 부드러워진 새소리
새는 노래소리를 통해 동료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교통 소음이 집단의 소통에도 큰 피해를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도시가 조용해지면서 새소리가 달라졌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테네시대의 엘리자베스 데리베리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사이언스’에 코로나 대유행으로 샌프란시스코시가 봉쇄됐던 시기에 흰정수리북미멧새의 노랫소리가 더 부드러워지고 멀리 퍼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 봉쇄조치 시기인 지난해 4~5월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수컷 새들의 소리를 녹음해 같은 장소에서 2015년 4~5월 녹음한 소리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새들의 소리는 봉쇄 이전에 비해 평균 30% 더 부드럽게 노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소리도 이전보다 두 배 더 멀리 퍼졌다. 이는 소음이 심하지 않았던 1970년대 녹음된 새들의 음역대와 유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귀뚜라미는 구애 노래 평가 못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애덤 벤트 박사는 지난 2일 ‘행동 생태학 저널’에 교통 소음이 귀뚜라미의 짝짓기도 방해한다고 발표했다.
귀뚜라미 수컷은 암컷을 찾을 때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낸다. 암컷은 수컷의 구애 노래의 수준을 보고 건강 상태를 판단한다. 높고 다양한 소리를 내는 수컷은 그만큼 질병을 잘 이겨내고 뛰어난 자손을 만들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수컷이 날개 소리를 못 내게 한 상태에서 녹음된 수컷의 소리를 들려줬다. 암컷은 높은 음의 소리가 나면 바로 수컷과 짝짓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교통 소음이 있으면 아무리 높은 음의 날개 소리가 나도 짝짓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벤트 박사는 “암컷은 소음 때문에 수컷 날개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귀뚜라미 한 마리로 보면 건강하지 않은 자손을 낳는 결과지만, 집단 전체로 보면 진화에서 도태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동물들에게 잠시 찾아온 도시의 조용한 평화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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