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돈 뺄 수도..공매도 금지 재연장 후 증시 전망

반준환 기자 2021. 2. 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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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위원회가 3월로 예정됐던 주식 공매도 재개 시점을 좀 더 늦추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금지와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작업이 한창이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공매도=주가하락' 공식이 박혀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좀 더 상승할 동력을 얻었다는 판단에 금융당국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전문가들은 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고 본다. 3월 공매도 재개를 염두에 두고 미리 주식을 정리하려는 압박이 컸는데, 이 부분이 일단 해소됐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제도개선의 의지와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며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매도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미국도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확인됐다"며 "미국이나 한국 모두 불법 공매도의 근본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와 투자은행(IB)업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세력이 된 개인 투자자 입장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는 긍정론도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시장정책이 지나치게 개인투자자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당국의 결정은 좀더 시간을 들여 공매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공매도는 언젠가 재개될 것이고 그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니 환호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매도 이슈와 논쟁이 지나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며 문제의 본질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시장 참여자의 입장 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공매도 주체들이 나쁜 것인지, 공매도를 일으킬만한 일을 하는 기업의 부도덕성이 문제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견제장치, 그리고 모럴 헤저드에 빠진 기업은 누가 걸러내고 감독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추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양질의 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한 걸음으로 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공매도 금지 연장이 주가 추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IB(투자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업계 등은 부정적 입장이 더 강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모든 투자자금이 주식매수라는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매도-환매수 거래는 증시 상하 변동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지나치게 빠지는 것도 안되지만 천정이 없이 올라가는 것도 투자자들의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건전한 시장이 되려면 참여자 뿐 아니라 투자상품도 다양하게 구성돼야 한다"며 "현재 한국증시는 이런 측면의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스탠스가 어떻게 변할지도 살펴볼 대목이라고 짚었다. 급격한 매도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증시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는 대목이며, 지수 관련 패시브 자금의 일부 이탈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기 상승 후 매물소화 과정을 거치며 상승폭이 줄다가 5월 공매도 재개시점 전후로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선 공매도가 재개된 후 하락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대체로 '단기 소폭상승→조정진입→공매도 재개 후 안정' 형태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증시를 크게 뒤흔들었던 대주주 양도세 문제도 당국과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진행되며 시장수급이 뒤틀린 바 있다. 양도세 부과 기준에 해당하는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입장이 유지되면서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는 이들이 늘어 주가가 내린 적 있다.

이후 매물이 소화된 시점에 양도세 부과기준이 다시 완화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공매도 조치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전개됐다. 수급 측면에선 예전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단기적으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지수대에서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짝 상승은 가능하지만 이후 추세상승이 이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공매도 연기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진다면 패시브 펀드 등의 자금회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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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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