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덮자 울음 작아져" 이 한마디에 '원주 삼남매 사건' 무죄 판결 뒤집혔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어린 세 자녀 중 2명을 숨지게 하고 1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던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당사자들이 2심에선 중형을 선고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27)에게 23년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전자발찌 부착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모씨(25)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황씨와 다르게 전자발찌 부착은 없었지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1심과 달리 형량이 늘어난 건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셋째 아들이 생후 9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 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씨는 이를 방치한 혐의다.

재판부는 황씨의 자백에 주목했다. 황씨는 검찰 조사에서 “둘째 딸이 울기 시작해 이불을 덮자 울음이 작게 들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자백하니 속이 후련하다’는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재판 과정에서는 다시 범행을 부인한 바 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진술 내용과 법정 진술이 상반될 경우 신빙성 등을 종합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해당 진술은 일관되고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모순을 찾기 힘들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구체적인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소리에 민감하고, 충동조절장애를 앓아 둘째 딸이 시끄럽게 울면 전신을 이불로 덮었던 행동을 반복했던 점을 근거로 미필적으로나마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셋째 아들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일관된 자백 내용을 주목했다. 또 법의학자의 의견과 함께 “막냇동생이 울 때마다 아빠가 목을 졸라 기침을 하며 바둥거렸다”는 첫째 아들(5)의 진술을 토대로 황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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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wan@fnnews.com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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