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라" [책에서 만난 문장]

김용출 2021. 2. 4. 07: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내 인생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는 삶이었어. 누가 나더러 '유식하다, 박식하다'고 할 때마다 거부감이 들지. 나는 궁금한 게 많았을 뿐이거든.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겨도 나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인생이고 그 사이에 하루하루의 삶이 있었지."   --김민희, 2021, [이어령, 80년 생각], 고양: 위즈덤하우스, 46쪽.

대표적인 통섭형 지식인 이어령은 스스로 물음표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머리로 끈질기게 천착해 나아가서 느낌표로 만들 때 비로소 창조적인 생각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는 삶이었어. 누가 나더러 ‘유식하다, 박식하다’고 할 때마다 거부감이 들지. 나는 궁금한 게 많았을 뿐이거든.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겨도 나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인생이고 그 사이에 하루하루의 삶이 있었지.”
 
--김민희, 2021, [이어령, 80년 생각], 고양: 위즈덤하우스, 46쪽.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느리라.” 집에서 말썽피우지 말라고 보낸 서당의 첫 수업에서 훈장의 설명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교육자, 행정가, 문화기획자 등으로 우리 사회를 전방위로 넘나든 이어령 박사의 첫 물음표는 대여섯 살 때 만들어졌다. “왜 하늘이 검나요? 제가 보기엔 파란데요?”
할 말을 잃은 훈장은 답변 대신 호통을 쳤고, 그는 그길로 서당에서 쫓겨났다. ‘분명 파랗게 보이는 하늘을 왜 검다고 하는 걸까’라는 물음표는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가 40대가 돼서야 풀렸다. 주역과 음양오행 사상을 통해 ‘흑(黑)’자가 물리적인 검은 색이라면, ‘현(玄)’은 추상적인 검은색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타우마젠(thaumazen)’이었다. “남쪽이 생명을 상징은 ‘양(陽)’이라면 북쪽은 남과 대비해 생명이 죽은 곳으로 여겨. 사람이 죽으면 ‘북망산에 묻힌다’ ‘하늘나라로 간다’ 하잖아. 그래서 하늘이 검다는 거였어. 허허.”
영어로 Creation, 창조(創造)란 무엇인가.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 정도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들의 영역일 수 있는 근원적인 ‘무로부터의 창조’도 있을 것이고, 좀더 낮은 수준에서의 창조적 변용이나 편집 수준의 ‘창조’도 있을 것이다. 문학에선 창작을 의미하는 미메시스(mimesis, 모방 또는 모사)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창조, 창조적인 사고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대표적인 통섭형 지식인 이어령은 스스로 물음표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머리로 끈질기게 천착해 나아가서 느낌표로 만들 때 비로소 창조적인 생각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과 대안을 스스로 깊이 있게 천착하고 사고하라는 얘기다.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56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