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점휴업' 수원 웨딩거리.."이대로가면 조만간 폐업"
상인들 "행복해야 할 결혼식 망쳐버린 신랑·신부 더 걱정"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말 그대로 개점휴업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 못 하니까 웨딩거리는 다 폐업하게 생겼어요."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결혼업계는 '멈춤' 상태다. 코로나19는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돼야 할 결혼식마저도 망쳐놨다.
거리두기 상향에 결혼식 날짜를 수차례 바꾸는 것은 예삿일이고,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
실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줄어 웨딩업계는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다. 예물, 한복, 스튜디오 등 10곳 남짓 웨딩 업체가 몰려 있는 수원시 팔달구 수원 웨딩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원 웨딩거리에 있는 한 웨딩 컨설팅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에 비해 30%로 감소했다.
경기지역 최대 규모의 웨딩박람회를 개최하는 이 업체의 상담 건수는 2019년까지 한 달 평균 300건 정도 됐지만, 지난해에는 절반 이상 줄어 150건도 안 됐다. 이 가운데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30~40%정도다.
예비 신랑신부도 결혼식 연기를 각오하고 결혼식을 준비한다. 결혼식이 밀리면 스튜디오 촬영 일정부터 드레스, 턱시도, 한복 등 예약 일정도 다 바꿔야하기 때문에 웨딩업체 입장에서는 신규 손님도 줄어든 데다 연기되는 결혼식에 맞춰 일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결혼식이 줄어도 웨딩드레스나 한복은 계절에 맞게 신상품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크다.
그나마 최근 백신 접종 소식에 올 가을이나 내년 봄 예식 상담이 늘고 있지만, 악화된 경기에 결혼식이 줄어 내년은 돼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결혼식은 준비에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현저히 줄어든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난 뒤에야 결혼 업계는 정상화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근 한복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운 색의 한복이 전시된 매장을 혼자 지키던 대표 전모(53)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코로나19 상황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다. 일주일에 10건 정도 있던 한복 계약 상담은 한 달에 10건도 안 되게 줄었다.
그는 반 토막 난 매출도 걱정이지만,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인 결혼식을 망쳐버린 신랑·신부를 더 걱정했다.
전씨는 "시어머니가 오셔서 며느리가 결혼 준비에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고, 지난해 초 결혼식을 잡았다가 벌써 4번이나 미룬 고객도 있다"며 "서로 힘든 상황이니까 고객이 원하는 대로 취소나 연기를 해주고 있지만, 어려움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무색하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폐백이나 한복을 안 하는 추세에서도 꿋꿋하게 지켜왔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결혼식을 언제까지 미뤄야하냐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회원수 47만명 규모의 이 카페에는 매일 "결혼식을 미뤄야할지 고민된다", "5월 예식 미룰까요?", "결혼식 연기로 예비신랑과 다툼이 잦다" 등 각종 고민이 올라오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결혼식 특성상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걱정을 지울 길이 없어 하객과 혼주가 서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달 갔던 결혼식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었던 유모(38)씨는 한동안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다.
유씨는 "결혼식 다음 날 혼주가 '주례를 본 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연락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너무 걱정돼서 웬만하면 결혼식 같이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준비해온 결혼식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치른 김모(31·여)씨는 결혼식이 끝났지만 아쉬움이 많다.
김씨는 "1년 넘게 준비해온 결혼식이라 날짜를 미루기가 힘들어서 그냥 진행했지만, 하객도 49명 밖에 못 모시고 식사대접도 제대로 못 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사히 결혼식을 끝낸 안도감도 있지만, 신혼여행도 못 가고, 결혼 사진 한 장 제대로 남지 않는 결혼식이라 너무 속상하다"라며 "저는 이렇게 했지만,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서 다른 사람들은 마음 편히 축하 받는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결혼식 참석 인원도 2.5단계는 50명 미만, 2단계는 10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효리, 스타킹만 신고 과감한 팬츠리스 룩
- 박수홍 아내 김다예 "제왕절개 출산 후 고열로 응급실行"
- "성매매 중독 남편, 불륜 들키자 칼부림 협박…생활비도 끊어"
- "옥경이 치매 멈춰"…태진아, 5년 간병 끝 희소식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김정민 "月 보험료만 600만원…형편 빠듯"
- 19년 만에 링 오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흉기 찔려 숨진 채 발견된 40대 주부…잔혹한 범인 정체는
- 홍진호, 기흉수술 후 아빠 됐다…"콩콩이도 잘 나와"
- 곽튜브, 이나은 논란 마음고생 심했나 "핼쑥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