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 조성진이 연주한 모차르트의 작품들
지난 1월 27일 모차르트의 265번째 생일을 맞아서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모차르트 사후에 연주된 적이 없었던 ‘알레그로 D장조’를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했지요. 매년 모차르트 생일을 전후해서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축제인 ‘모차르트 주간(Mozartwoche)’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했지요. 해외에서는 클래식 전문 채널 등을 통해서 중계됐고,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를 통해서 연주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날 조성진의 연주곡 중에는 친숙한 멜로디가 하나 있었습니다. ‘핌피넬라(Pimpinella)’라는 소품이었지요. 모차르트가 열 살 때 작곡한 이 곡은 영화 ‘아마데우스’에 흘러서 무척 친숙한 작품입니다. 살리에리가 회고하는 초반 장면에서 어린 신동 모차르트가 눈을 가리고 연주하는 선율이 바로 ‘핌피넬라’입니다. 실제로 이 소품은 모차르트가 가족과 함께 유럽의 궁정을 돌면서 ‘그랜드 투어’를 하던 시기에 작곡했지요. 모차르트 가족은 1763년 6월부터 1766년 11월까지 무려 1200여 일 동안 88도시와 마을에서 연주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고향 잘츠부르크에 도착하기 직전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연 전단 이면에 연필로 작곡한 선율이라고 합니다.
이 곡이 나오는 영화 ‘아마데우스’는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립 구도에 바탕을 둔 철저한 픽션입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독살하기는커녕,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들 프란츠 크사버를 가르친 스승이지요. 하지만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희곡을 영화화한 ‘아마데우스’가 나오면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 독살범’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조성진의 연주로 이 곡을 듣다가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 한바탕 즐겁게 웃었습니다.
조성진이 초연한 ‘알레그로 D장조’에는 ‘K626b/16’이라는 다소 알쏭달쏭한 작품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첫 글자인 K는 모차르트 사후에 작곡가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음악학자 쾨헬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쾨헬 번호 기준으로 마지막 작품이 유작 ‘레퀴엠’(K626)이지요. ‘K626b’는 모차르트가 남긴 단편에 붙이는 번호입니다. ‘알레그로 D장조’ 역시 1분 34초 남짓한 짧은 소품이지요.
이 곡은 모차르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무렵인 1773년 작곡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차르트 전문 연구 기관인 모차르테움에서는 작곡가가 누나 난네를에게 이 악보를 보냈으며 1829년 난네를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모차르트의 아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오스트리아의 예술품 수집가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악보 한 장에 대담한 상상력을 더해서 과감한 추론을 내놓는 솜씨가 무척 인상적이지요.
20세기 들어서도 모차르트의 작품들이 발견되거나 조명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모차르트 전문 연구 기관인 모차르테움 재단에 따르면, ‘핌피넬라’라는 F장조 소품(K.33B) 역시 1937년에 재발견된 곡이라고 합니다. 조성진이 두 곡을 함께 연주한 까닭이 있었던 셈입니다. 이날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K.332)은 2년 전 조성진의 모차르트 음반에 수록된 곡이기도 합니다. 해설을 포함해 50분가량의 길지 않은 연주회였지만, 굉장히 치밀하고 정성스럽게 마련한 연주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모차르테움 재단에서는 이번에 초연한 ‘알레그로 D장조’가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가 확실하며 스케치가 아니라 완성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문이 말끔하게 풀린 건 아닙니다. 모차르트 자신이 이미 써 놓았던 관현악곡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을 가능성도 있고, 심지어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편곡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과연 모차르트가 조성진의 연주를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이렇듯 클래식 사상 최고의 신동은 200여 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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