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고픈 화가 임옥상, 나무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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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71)은 50여 년간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여온 1세대 민중미술가로 꼽힌다.
2017년 개인전 이후 3년 반 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오직 나무 그림으로만 이뤄졌다.
땅과 흙, 나무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주제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대학원 때까지 추상미술을 했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조형언어라는 생각에 구상으로 바꾸면서 1978년 처음 시도한 작품이 당산나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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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임옥상(71)은 50여 년간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여온 1세대 민중미술가로 꼽힌다.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 현실에 목소리를 내왔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대형 그림 '광장에, 서'는 지난 2017년 청와대 본관에 걸리기도 했다.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지난 2일 개막한 개인전 '나는 나무다'는 화가 임옥상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2017년 개인전 이후 3년 반 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오직 나무 그림으로만 이뤄졌다.
사회 참여적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임옥상은 일찍부터 자연을 그렸다. 땅과 흙, 나무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주제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대학원 때까지 추상미술을 했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조형언어라는 생각에 구상으로 바꾸면서 1978년 처음 시도한 작품이 당산나무였다"고 말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당산나무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표현하는 등 그때부터 여러 나무 그림을 그렸다.
나무의 모습으로 세상을 은유하기도 했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나무처럼 세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복숭아와 자두는 꽃이 곱고 열매가 맛이 좋아 오라고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그 나무 밑에는 길이 저절로 생긴다는 뜻의 도리불언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나무가 자라면 꽃이 피고 그늘이 생긴다. 나무는 뽐내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푸념하지 않고 의연하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했고, 딸의 이름도 나무라고 지었다.
그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 한국에는 이민과 유학 열풍이 일었다. 그때도 그는 척박하지만 이 땅에서 끝까지 나무처럼 뿌리 내리고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나무 그림은 그가 매달려온 재료인 흙과도 관련이 깊다. 임옥상은 지난 2017년 개인전부터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흙을 발라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흙과 가장 잘 맞는 주제를 찾다 보니 나무를 그리게 됐다"라며 "흙에 뿌리 내리고 사는 나무는 흙이 생명으로 발화해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 작업은 흙을 만들어 바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랜 노력 끝에 흙에 섬유질을 섞어 말라도 균열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마르기 전 물기를 머금은 흙에 일필휘지로 큰 붓을 휘두른다. 굳기 전 시멘트 바닥에 발자국이 나듯 캔버스 위 흙이 패고 밀려 나무가 나타난다. 흙이 마르고 선을 그으면 이번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색이 입혀진다. 흙과 먹, 물감이 섞여 완성된 작품에는 동양적인 정서가 흐른다.
임옥상은 "유화를 전공했지만 나 같은 식물성 인간에게는 기름기 있는 것이 맞지 않았고 동양화 붓을 좋아했다"라며 "기운생동의 정신을 담아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흙과 나무는 최근 관심을 가지는 주제인 생명, 자연의 섭리와도 닿아 있다.
그는 "예전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면 요즘은 자연을 주로 생각한다"라며 "어떤 이념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예술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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