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만여명 극단선택..정신 관련 문제가 대부분

박기범 기자 2021. 2.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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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끝내자]③ 생계 등 이유 다양
"정신문제뿐 아니라 원인 다양..분석 필요"

[편집자주]모든 1등이 영예로운 건 아니다.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은 '막는 것' 밖에 대책이 없다. 2019년 극단 선택으로 1만3799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37.7명이다. <뉴스1>은 자살시도자나 충동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고 유가족·상담사·복지사·학계 전문가 등을 취재해 관련 사례를 분석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 무엇인지 총 9회에 걸쳐 보도한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대 A씨는 초·중학교 재학시절 아버지의 직장문제로 자주 전학을 자주 다니면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집단 따돌림도 당했다. 대학진학 이후에는 여자친구를 만났지만 지나치게 의존적인 행동으로 이별통보를 받았다.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 A씨는 결국 극단선택을 했다.

#40대 남성 C씨는 10년 동안 동업자와 건설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순조로웠으나 건물 완공 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소송까지 진행됐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던 C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1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극단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선 사례(출처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보듯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사회 구조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분석을 통해 극단선택률을 낮추기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합적 요인 작용…원인 분석 어려워

극단선택 관련 통계는 경찰청 통계연보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경찰은 극단선택자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류해 집계한다. 사망사고 발생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Δ가정문제 Δ경제생활 문제 Δ남녀문제 Δ사별문제 Δ육체적 질병문제 Δ정신적·정신과적 문제 Δ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 Δ학대 또는 폭력문제 Δ기타 Δ미상 등으로 원인을 분류한다.

2019년 통계를 살펴보면 1만3367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남자는 9415명, 여자는 3948명이다. 성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4명이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4638명(남 2608명·여 2029명·불상 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생활 문제 3564명(남 3055·여 509), 육체적 질병문제 2518명(남 1813명·여 705명), 가정문제 1069명(남 755명·여 313명·불상 1명)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만 보면 정신과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전문가들은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가정불화가 있는 경우도 있다. 즉 다양한 가능성 때문에 보다 심도 있게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죽음 원인 살핀다…심리부검 결과도 복합적

심도있는 분석을 위해 심리부검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심리부검이란 유족 진술과 기록 검토를 통해 사망자의 심리 행동 양상 및 변화 상태를 확인하고 구체적 원인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지난 2014년부터 심리부검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는 만 19세 이상 성인 사망자다. 객관적인 정보 제공에 제약이 있거나, 심리부검을 각종 분쟁의 근거로 이용하려는 경우는 조사대상에서 배제한다.

심리부검 역시 극단적 선택의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5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심리부검 결과를 살펴보면, 이들 대부분이 살아있는 동안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사망 전 진단받은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503명(88.9%)으로 추정됐다. 이 중 293명은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 및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으며, 264명은 약물도 복용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전 연령에서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대상자 중 336명(59.4%)이 부채, 수입 감소, 지속적 빈곤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 중 199명은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미만이었다. 255명은 생활비, 사업자금, 사업실패 또는 가족, 지인 등으로 인해 부채를 갖고 있었다.

331명(58.5%)은 퇴직 및 해고, 직장 내 대인관계, 업무변화 등 직장관련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358명(63.3%)은 부부를 제외한 가족관계에서, 224명(39.6%)은 부부관계에서, 69명(12.2%)은 연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 생애주기별 살펴보니…20대 '관계' 30대 ‘직장’ 장년층 '경제'

생애주기별 특징도 보였다. 심리부검센터에 따르면 20대는 관계, 30대는 직장, 장년층은 경제문제를 겪고 있었다.

20대는 가족, 연인, 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선 A씨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어린 시절 가정불화, 학교폭력 등에 노출된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30대는 직장문제가 많았다. 하루에 1/3정도를 보내는 직장에서 발생헌 업무, 성과 등의 스트레스가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장년층은 경제적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경제적 위기’에서 발현된 심리적 위기, 여성은 빈약한 사회적 기반 속 경제위기를 겪는 것으로 센터는 분석했다. 노년층은 신체적 질환에 의한 우울감, 여기에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고충까지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다양한 원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정확한 원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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