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에 보험 수십건"..당국, 과다·불완전판매 실태 파악

하채림 2021. 2. 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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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2급 장애인 A씨는 2013년 동생의 지인인 보험설계사에게 연금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보험설계사는 A씨에게 H생명의 상품을 가입시키고는 '콜센터 전화는 형식적인 과정일 뿐이니, 설명을 다 들었고 이해했다고만 대답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납입기간 7년이 끝난 후 지난해 연금이 나오지 않아 A씨가 동생을 통해 H생명에 알아보니 가입한 상품은 연금이 아니라 종신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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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신지체 2급 장애인 A씨는 2013년 동생의 지인인 보험설계사에게 연금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보험설계사는 A씨에게 H생명의 상품을 가입시키고는 '콜센터 전화는 형식적인 과정일 뿐이니, 설명을 다 들었고 이해했다고만 대답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납입기간 7년이 끝난 후 지난해 연금이 나오지 않아 A씨가 동생을 통해 H생명에 알아보니 가입한 상품은 연금이 아니라 종신보험이었다. A씨는 자신의 상태와 가입 경위를 설명했으나 H생명은 '당신이 서명도 하고 콜센터에 답을 하지 않았느냐'며 불완전 판매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지적 장애인들을 상대로 보험 수십 건을 판매한 법인보험대리점(GA)의 행태가 알려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도 과다·중복 판매 실태 파악에 나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 인수 심사 중 장애인 관련 내규 유무 ▲ 과다·중복 가입 방지 내규 ▲ 불완전 판매 예방 내규에 관해 지난달 27일까지 보고해달라고 각 보험사에 요청했다.

금감원은 지적 장애인 모녀 등에게 보험 수십 건을 판매한 법인보험대리점 C사와 소속 보험설계사를 통한 판매 내역도 각사에 요구했다.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C 법인보험대리점은 생활고를 겪는 피해자들에게 수십 개 보험을 판매했다. 운전면허가 없는데도 운전자보험을 여러 건을 판매하는 등 불필요한 보험 가입도 적지 않았다.

보험사는 가입 계약을 체결하기 전 신용정보원을 통해 가입자의 타사 가입 이력을 조회하고 이를 계약 심사(인수 심사)에 활용한다. 단기간에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하려 할 경우 보험사기 가능성 등으로 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최근 장애인 피해 사례를 보면 인수 심사에서 이러한 부적절한 판매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차별로 지적받을 수 있어서 가입자에게 장애인 여부를 고지하도록 하지 않고 인수 심사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면서도, "인수 심사가 과다·중복 판매를 방지하는 데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취약계층 등을 상대로 한 과다·중복 판매,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도 금감원의 현황 파악 후 비슷한 내용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자료 요청을 받은 후 가입자의 재정 심사를 더 강화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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