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 와이드] 류현진의 천적, '김광현 특급 도우미' 되다

한겨레 2021. 2.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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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 와이드]

놀란 아레나도. A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세인트루이스는 리그 최정상급 3루수 놀란 아레나도(29) 영입에 성공했다. 대가는 유망주 5명이다.

이번 트레이드는 유독 과정이 복잡했다. 일단 아레나도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풀어야 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계약 기간 아레나도의 연봉을 추후에 지급(지불 유예)할 계획이었다. 아레나도는 지불 유예를 받아들이는 대신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 번째는 기존 계약에 1년을 추가해줄 것(2027년 1500만 달러), 두 번째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유지해줄 것, 세 번째는 남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 아웃 권리를 한 번 더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세인트루이스가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트레이드가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아레나도는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 이후 옵트 아웃을 행사해 자유계약(FA) 선수가 될 수 있다.

이로써 세인트루이스는 또 한 명의 슈퍼스타를 얻었다. 아레나도의 가치는 숫자로 증명할 수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리그 평균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Average)를 제공한다. 이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인 WAR(Wins Above Replacement)보다 비교 대상의 기준이 높다. 2015년 이후 아레나도는 이 부문에서 21.9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3루수 전체 1위에 올랐다. 참고로 매니 마차도는 17.9다. 같은 기간 207홈런 647타점 542득점 역시 모두 3루수 1위였다.

수비는 공격보다 더 압도적이다. 아레나도는 수비로 실점을 얼마나 방지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에서 2013년 데뷔 후 플러스 12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플러스 100을 넘긴 선수는 포지션 불문하고 아레나도를 포함해 안드렐턴 시몬스(유격수), 제이슨 헤이워드(외야수) 등 3명뿐이다. 지난해 아레나도는 공격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수비에서는 8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이어가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데뷔 첫 8년 연속 골드글러브 수상자는 스즈키 이치로(2001~2010년)와 현재 아레나도 두 명뿐이다.

관건은 달라지는 홈구장이다. 아레나도는 타자에게 극도로 유리한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했다. 대다수 콜로라도 타자들이 쿠어스필드를 떠나면 타석에서 고전했다. 아레나도 역시 홈과 원정에서 타격 성적 편차가 있었다. 통산 OPS(장타율+출루율)에서 홈에서 0.985인 반면 원정에서는 0.793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아레나도가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불과 2년 전 아레나도의 원정 타율은 0.277, OPS는 0.866였다. 78경기에서 20홈런을 때려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아레나도는 원정 경기에서 16.7타수 당 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는데, 이를 600타수로 환산하면 36홈런이 된다. 충분히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성적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부분은 아레나도의 건강이다. 지난해 아레나도는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타율이 0.253, OPS 는 0.738였다. 게다가 오는 4월이면 아레나도의 나이가 30대에 접어든다. 세인트루이스가 아레나도의 계약을 1년 더 늘리면서 아레나도의 36살 시즌까지 책임지게 됐다. 지불 유예라고 해도 감당해야 하는 8년 2억1400만달러 계약은 매우 부담스럽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아레나도의 연봉 3500만달러를 포함해 5100만달러 연봉 보조를 받는다.

아레나도는 류현진이 엘에이(LA) 다저스 시절 가장 어려워한 타자였다.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이 5할(31타수 16안타·0.516)이 넘는다. OPS도 1.591에 달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항상 국내 팬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 아레나도를 보는 국내 팬의 마음은 든든해질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최대 난적이 김광현의 최고 동료로 바뀌었다. 아레나도는 공격과 수비 모든 측면에서 김광현을 편하게 해줄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강 전력으로 거듭났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아레나도 역시 우승에 대한 갈망이 아주 큰 선수다. 양측이 바라는 꿈이 올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창섭 MLB 전문가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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