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대형주 공매도 재개..'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어떤 영향?

박응진 기자 2021. 2.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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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연 "선거용 대책" 반발..공매도 세력에 맞서 매수할까
은성수 "시장교란 행위 없어야"..게임스톱 곤두박질 '변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1.2.3/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3일부터 대형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공매도 세력을 상대로 한 주식 개인투자자들의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은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 연장하거나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톱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게임스톱에 투자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의 확산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전날(3일) 오후 임시회의를 열어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 등 대형주에 대해 공매도를 우선 부분 재개하기로 했다. 코스피 917개 종목 중 200개 종목(22%), 코스닥 1470개 종목 중 150개 종목(10%)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머지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2037개 종목에 대해서는 5월3일 이후에도 공매도가 금지되며,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언제 재개할 지는 향후 결정하기로 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5월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공매도를 처음 하는 개인투자자의 초기 투자한도는 3000만원으로 설정됐다. 사전교육도 받아야 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힘을 합쳐 출범한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투연은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로, 공매도 금지 연장 및 폐지 운동에 앞장서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융위 결정에 대해 "선거용 대책"이라고 잘라말했다. 서울·부산시장을 뽑는 4월 보궐선거까지는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해 유권자이기도 한 동학개미들의 표를 얻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학개미 3명 중 1명은 서울·부산 지역의 유권자다.

정의정 대표는 "대형 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결정을 발표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 운동을 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주말 사이 국내에서도 조짐이 일기 시작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확산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주주연대를 중심으로 주식매수운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동학개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금융위의 이번 결정이 꿈틀대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에이치엘비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를 통해 주가를 높여 공매도 세력를 물리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지난 1~3월 셀트리온·에이치엘비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응집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전개하려는 쪽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 기간 개인은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 전개 방향에 대해 "회원들과 논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게임스톱 운동이 단순한 주식매수 운동을 넘어 시세조종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투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가급적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혹시 가능성이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경고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게임스톱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변수다.

올해 첫 거래일인 4일(현지시간) 17달러선에 그쳤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7일 347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달 2일 종가는 전날 대비 무려 135달러(60%) 하락한 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게임스톱에 투자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스톱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마당에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또 해당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미국 등에 비해 높지 않는 등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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