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차]③ 땜질식 자금 투입말고 미래차 시대 동맹군 확보해야

민서연 기자 2021. 2.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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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G, 벤츠·웨이모, 혼다·소프트뱅크 등 車·IT 결합 활발
한국 완성차 업체도 연합군 형성해 미래차 시대 대비해야

친환경차·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으로 시작된 ‘카마겟돈(carmageddon·자동차 산업 대혼돈)’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뿐 아니라 정비·판매·자재 등 전후방 효과가 커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의 든든한 허리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어떻게 개선되고 업체의 구조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12일 LG전자(066570)와 협력해 1회 완충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효율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구글은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과 자율주행 연합 전선을 꾸렸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중국에 전기차 합작사를 세우기로 협약했다.

전기차부터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혁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전환과 미래 모빌리티라는 업계 화두를 선점하기 위해 이종 기업간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고 연합군을 결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003620),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도 엄격한 구조조정과 미래차 연구개발에 올인하는 등 유연한 재기방안을 모색해야만 국내 자동차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애플카 가상 이미지./맥옵저버 제공

◇ 자금 투입은 땜질식 처방일뿐...미래차시장 올라탈 연합군이 필수

업계는 모빌리티 전환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NEF는 2040년까지 전기차가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의 58%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으며,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전체차량 대비 전기차 점유율이 2020년 5%, 2025년 8%에서 2030년에는 24%까지 성장하면서 내연기관차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는 자율주행자동차 시장규모가 2019년 542억달러에서 2026년까지 556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39.47%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이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 현대차(005380)·기아(기아차(000270))와 달리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나머지 3사는 미래차 청사진이 없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신차 계획없이 수년째 파업을 일삼은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갈등으로 또다시 파업위기를 앞뒀고 한국GM은 본사 연구센터를 국내에 유치했으나 미래차 개발은 수년째 진전이 없다. 쌍용차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11년 만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해, 올해 예정된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E100의 출시도 불투명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이 예측한 자율주행차 시장규모. /디자인=김란희

국내 완성차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완성차 업체 하나가 무너지면 업체 직원들 뿐만 아니라 이 곳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한국GM은 본사 위기로 군산공장까지 폐쇄하면서 2018년에 한국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을 출자받았고 쌍용차도 신차개발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190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자금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데 그쳤고 각 사의 미래전략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급한 불만 끄는 단기 처방 대신 미래먹거리를 개발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통 완성차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 모빌리티 구축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연합군을 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각종 IT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2018년부터 도요타와 혼다는 자국 IT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은 웨이모와 4레벨(L4) 자율주행트럭을 개발 중이다. 애플은 2024년 미래차 '타이탄' 출시를 목표로 현대·기아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먹거리로 손꼽히는 모빌리티를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최근 미국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부품 합작사를 세우고 퀄컴과 커넥티드 차량용 5G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네이버(NAVER(035420))는 현대차와 협력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최근 SK네트웍스(001740)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현대차와 협력한 국내 최초 전기차 충전소를 선보였다.

LG전자와 룩소프트가 지난해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 중인 모습. /LG전자

◇ "위기의 3사, 몸집 줄이고 가치 증명해 시너지 낼 기업 찾아야"

현대차·기아는 합종연횡 트렌드에 따라 앱티브와 자율주행 기술을,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한국GM은 아직 기업들이 연합군으로 탐낼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다만 이들 역시 수십년간 자동차를 제작해온 전통 완성차업체로, 연구개발능력과 제조기술은 뒤처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과의 협력은 어렵지만 자동차업계로 진출하고 싶은 해외 IT기업들과의 연합군 결성은 노려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SK(034730)LG(003550),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은 미래차에 관심이 있으나 현대차·기아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 경쟁사로의 기술 유출 때문에 쌍용차 등을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품질을 보증한다면 미래차 기술을 가진 애플 등 글로벌IT기업들의 미래차 전문 생산기지로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자금이 어려운 기업들은 다른 비용을 줄이더라도 꾸준한 R&D투자를 통한 신모델을 내야 한다"며 "전통 차업체로서 저력을 증명해야 연합군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GM노동자들의 파업 입장을 전달하는 전미 자동차 노동조합(UAW)./AP=연합뉴스

미래차업체로 전환하기 위해 비용 절감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각 업체들의 상황에 따라 근무인원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동유연성이 강화돼야 한다. 금융위기 당시 GM은 1년 6개월간 한시적인 공기업화(국유화)를 통해 인원을 대거 감축하면서 회생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재기할 수 있었다.

독일의 폭스바겐도 1990년대 초반 노동시간을 20% 단축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3만명의 구조조정을 막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지금 위기에는 과거 해고된 노동자들을 무리해서 복직시킨 것도 한 몫했다"며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생산단가를 낮춰야하는데, 필요하다면 인력도 과감히 줄여 기업부터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미래차 개발을 위해 국내 생산시설을 포기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해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에 판로를 가진 조립 전문기업에 외주를 주는 방안도 제시된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미래차를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는 과거 내연차처럼 부품이 많지않아 조립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생산은 외국기업에 넘기고 로열티만 받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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