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다시 두드리는 한화건설, 이번엔 흥행할까

최상현 기자 2021. 2.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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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를까. 작년 5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서 쓴맛을 본 한화건설이 8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에 재도전한다.

채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한화건설의 국내 주택사업 부문과 해외 사업 부문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 부문은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해외 사업 부문은 부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건설 채권 발행 결과가 다른 건설사의 채권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한화건설이 건설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한화건설 제공

◇ 한화건설 600억원 공모회사채 발행…대우에 이어 성공하나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4일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서 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만기는 2년 단일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 흥행 시 최대 12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한화건설 회사채에 ‘A-(안정적)’ 등급을 매겼다.

투자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말 참패했던 회사채 발행 결과를 만회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1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한화건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관 수요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바 있다. 이에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4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600억원은 발행 주관사와 인수증권사들이 떠안았다.

당시 수요가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 경기에 민감한 건설사 실적이 악화될 거란 전망 때문이었다. 뒤이어 지난해 6~9월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도 모두 미매각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실적이 나쁘지 않은 덕분이다. 분양만 하면 ‘완판(완전히 판매)’되는 주택 시장 분위기 덕분에 대우건설은 올 초 회사채 1100억원을 사모발행 하는 데 성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분양 사업이 워낙 잘됐고, 해외 수주도 오히려 더 늘어난 곳이 있을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결론적으론 기우였던 셈이다.

◇ "국내 주택 경기 좋지만 해외공사 지체 배상금 문제 여전"

하지만 투자자들은 해외공사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한화건설의 경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BNCP)’이 골칫덩이다. 공사가 자꾸 지연되면서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한화건설이 지난 2012년 수주한 BNCP는 이라크 비스마야에 10만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 건설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NCP 관련 사업의 도급 금액은 110억2000만 달러(약 12조5000억원)였고,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건설 수주 잔고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의 혼란한 정치 상황과 저유가로 인한 재정 악화로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청구공사를 포함해 BNCP 관련 매출채권은 2018년 말 약 1900억원에서 2020년 9월 말 약 8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공사 현장이 지연(slow-down)됐다. 2019년 말 약 1만2000명에 달하면 BNCP 현장 투입인력은 올해 1월 약 620명으로 축소돼 현장 유지 인력만 남아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공사진행 지연으로 해외 사업 부문의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다만 최근 국내 주택 건설시장이 전례없는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9005가구로 2002년 5월(1만8756가구) 이후 18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새 아파트 브랜드 ‘포레나’를 출시한 한화건설도 지난해 ‘미분양 제로’라는 성적을 거뒀다. 1년 6개월간 미분양이 남아있던 ‘포레나 거제장평’도 완판했다.

한화건설은 올해에도 분양 열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분양 물량이 대폭 증가하는 만큼, 국내 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000가구를 분양한 한화건설의 올해 분양 목표는 2만2000가구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등 도심 위주로 물량이 집중돼 미분양 위험도 낮은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및 주택사업 진행 등으로 영업수익성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한화건설 회사채 결과, 건설사 채권 발행 시금석될 것"

투자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의 이번 회사채 공모 결과가 해외, 특히 중동 수주 의존도가 높은 다른 건설사들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인한 손실은 건설사 대부분이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가 지연된 만큼 물어야 하는 지체상금이 복병이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이 합작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은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며 수차례 공사가 중단됐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공시에서 코로나19로 초래된 해외 공사 지연 등 비용을 2300억원 선반영했다. 영업이익은 899억원으로 컨센서스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은 맞지만, 다행히 미수금 규모가 크면서 공기도 많이 남아있는 ‘악성 현장’은 거의 다 마무리된 상태"라면서 "BNCP 사업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플랜트가 아닌 주택 건설 특성상 난이도가 높지 않아 2010년대 중반처럼 대규모 손실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공사 현장의 경우 도급액의 25%를 선수금으로 받았고, 공정률은 약 44%로 블록별 준공세대 인도에 따라 공사대금을 받는 구조라 지금 당장 철수해도 손실은 나지 않는다"면서 "올해 2만 가구가 넘는 주택 분양 성적을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화건설의 매출은 2020년 3분기까지 2조53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조9117억원) 대비 13% 하락했지만, 순이익은 1703억원으로 전년 동기(1338억원)보다 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조405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7077억원 대비 40%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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