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쏘카 990만원 중고차 60일 타보니..렌터카 이력 걸리지만, 가성비 괜찮네
쏘카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 써보니11월 말 구매 후 2월 초까지 두 달 간 1200㎞ 주행가격과 브랜드 신뢰가 장점…단점은 렌터카 이력
‘투싼·스포티지 990만원 한정 특가!’
지난해 11월 16일 승차 공유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쏘카가 이러한 공지를 냈을 때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저렇게 싼 가격에 판다고? 정말?" 연식이 오래된 차인가 싶었는데 두 차종 모두 2017년식이었다. 총 판매 대수는 각각 10대씩 20대다. 주행거리가 10만~12만㎞이고 렌터카 전력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이 가격이면 나중에 되팔아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일단 줄이라도 서기로 마음먹었다. 비슷한 수준의 차량도 일반 중고차 시장에서 500만원은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특가 이벤트가 시작되고 쏘카 애플리케이션(앱)을 켜서 ‘캐스팅’에 들어갔다. 캐스팅은 쏘카가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 서비스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화면은 넘어가지 않고 오류 메시지가 뜨거나 접속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착한’ 가격에 혹해서 관심이 생긴 사람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기다린 끝에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자가 잡은 차량은 주행거리 10만4500㎞의 투싼이었다.
◇ 렌터카 이력은 불안…"쏘카니깐" 믿어보기로
워낙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예약을 먼저 한 뒤 차량 상태를 살펴봤다. 외부 점검업체를 통해 작성한 ‘캐스팅 진단 리포트’와 성능점검 기록부, 보험이력 등이 제공됐다. 검사보고서는 찍힘, 긁힘, 오염, 도색불량 등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기록이 담겼다. 외관상 일부 흠이 있지만 정비가 필요할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또 보험이력을 통해 한 차례 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지만 수리비가 75만원이어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렌터카로 쓰였다는 게 계속 신경에 쓰였다. 이용자들이 분명 험하게 다뤄서 잡아내지 못한 결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믿어 보기로 했다. 개인 중고차 딜러가 아니라 쏘카라는 회사 이름을 걸고 파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또 쏘카는 현대해상과 손잡고 ‘캐스팅 보증 프로그램’으로 차량 인수 후 12개월, 2만㎞까지 무상(500만원 한도) 애프터서비스(AS)를 보증한다고 해 안심이 됐다.
◇ 중고차 사용감은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깔끔
쏘카의 중고차 거래는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앱으로 예약, 탁송, 계약, 각종 문의 등을 해결한다. 예약 후에는 구매 전 24~48시간 미리 시승해 보는 ‘타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탁송비, 보험, 주행 요금까지 포함해 24시간 5만원, 48시간 1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최종 구매를 확정하면 총 결제 금액에서 앞서 결제한 타보기 이용료가 할인된다.
기자가 예약한 차량은 다음날 집 앞으로 도착했다. 앞 좌석 등받이나 문 안쪽에 일부 스크래치 등 사용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렌터카였던 게 맞나 싶을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핸들 커버와 코일 매트도 쏘카에서 새로 교체해 줘 쾌적함을 더했다.
곧바로 시승해 봤다. 평소 이용하던 쏘카 렌터카와는 확연히 대비됐다. 엔진소리, 핸들링, 브레이크 등 주행감이 부드러웠고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직접 뽑은 새 차가 아니다 보니 바퀴 휠 사이즈나 스피커, 통풍시트 등 옵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중고차를 산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단점이었다. 서울 왕십리에서 경기 하남까지 왕복 40㎞ 주행했는데 하남에 도착하자마자 구매를 확정했다.
◇ 쏘카 캐스팅 이용자 37% "브랜드 신뢰때문에 샀다"
실제 든 돈은 차 값 990만원에 취등록세, 번호판 교체비 등 필수 비용으로 80만원가량 추가됐고, 별도 내비게이션 매립과 후방카메라 설치에 70만원을 썼다. 11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두 달 동안 1200㎞ 주행했고 바퀴 압력이 약해져 바람 한 번 넣은 것 말고는 문제없이 타고 있다. 아쉬웠던 타이어 크기만 조만간 기존 17인치에서 19인치로 바꿀 계획이다.
지금도 쏘카 앱 캐스팅에서는 일반 시세보다 10~20% 싼 가격에 투싼, 스포티지뿐만 아니라 더 뉴 레이, 코나, 아반떼, 카니발, 모닝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실 쏘카를 통해 중고차를 사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가격보다는 "적어도 숨기거나 속이지는 않겠지"라는 믿음이었다. 최근 쏘카에서 낸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매자들이 캐스팅 구매를 선택한 이유로 ‘쏘카 브랜드에 대한 신뢰’(3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합리적인 가격(18.4%), 타보기 서비스(14.9%), 차량 정보의 투명성(9.2%), 무상 보증 프로그램(8%) 순이었다.
쏘카는 이달부터 기존 수도권에 한정돼 있던 서비스 지역을 대전, 세종, 청주, 원주, 천안 등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종도 그랜저, 쏘나타 등을 추가해 세단 라인업을 확대한다. 박미선 쏘카 넥스트본부장은 “투명한 차량 이력, 무상 보증 프로그램, 비대면 구매 방식 등 쏘카가 제안하는 새로운 중고차 구매 방식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캐스팅을 통해 합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중고차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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