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과 가격차별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48] 일반적으로 '차별'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현상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인종차별, 학력차별, 지역차별 등이 그런 예이다. 이와 같이 '차별'이라는 단어의 선입관 때문에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가격차별' 개념 역시 원래 의미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나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 가운데는 '가격차별'을 기업이 특정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정상 가격보다 턱없이 비싸게 판매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불공정한 행위로 오인하기 쉽다. 이는 시장에서 공급자가 일부 고객을 소위 '호구'로 만드는 부당한 거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가격차별'의 개념은 앞서 살펴본 일반인의 인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독점, 혹은 과점 사업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량이나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 다수의 공급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보다는 소수의 공급자만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생산량이 적고, 비교적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시장 지배력이 큰 공급자가 있는 독점이나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은 굳이 박리다매로 많은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생산량과 가격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카페가 하나밖에 없는 작은 마을을 가정해보자. 커피 한 잔을 생산하는 데 임차료 등을 포함해 경제학적 비용이 1000원가량 발생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커피 가격은 거의 1000원으로 수렴한다. 그런데 경쟁자가 없는 카페 주인은 경제적 비용보다 높은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카페 주인이 커피 한 잔을 1100원에 판매할 때는 하루 100잔을 판매했는데, 1500원으로 커피 가격을 인상했더니 하루에 80잔이 팔렸다. 그렇다면 카페 주인은 당연히 커피를 하루에 80잔만 생산해 1500원에 판매할 것이다. 그러면 마을에는 커피 생산 원가 1000원보다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판매가격인 1500원보다 지불 의사가 낮아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카페 주인 입장에서도 1100원에 커피를 구매할 생각이 있는 주민들에게는 따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1100원으로 커피를 추가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카페 주인도 추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커피를 마실 수 없었던 주민들도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생산자가 가격차별 정책을 시행하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차별 전략은 생산자의 이윤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이 낮아 거래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지만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시간대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가격차별이 소비자에게도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일 앞서 살펴본 카페 사장이 소득이 높은 주민들에게는 높은 커피 가격을 받지만 소득이 낮은 주민들에게는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한다면 소득이 적어 일부 고객들이 시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소 이상적이지만 잘 설계된 가격차별 정책은 일정 부분 사회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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