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車 반도체 고속성장..삼성·SK "메모리는 굳건, 車는 글쎄"

박진우 기자 2021. 2.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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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인사이츠, 메모리·車 반도체 시장 고성장 전망
D램·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삼성·하이닉스 수혜
車 반도체 강자 없어…삼성, NXP·TI 인수할까

SK하이닉스가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용으로 개발한 초고속 D램 HBM2E./SK하이닉스 제공

올해 반도체 성장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와 자동차용 반도체가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분야이고, 반대로 자동차 반도체는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이어서 분발이 요구된다.

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D램·낸드플래시, 자동차용 아날로그·특수목적 반도체, 임베디드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등 5개 분야가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 12%(전망)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IC인사이츠는 그간 주기적으로 가격 등락을 보였던 D램의 경우 2019년과 지난해 2년간 가격 조정기를 거친 만큼 올해 본격적인 반등세를 탈 것으로 예측하는 동시에, 올해 매출 기준 18% 성장할 것으로 봤다.

또 낸드플래시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트북, 태블릿, 서버 수요 확대로 지난해 기록한 24%의 성장률에 이어 올해는 17%의 매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용 아날로그·특수목적 로직 반도체는 올해 16%, 임베디드 MPU는 15% 성장이 예상된다.

◇ 가격 상승세 탄 D램·낸드플래시…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유리

실제 D램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매달 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동향을 발표하는데, 지난달 말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3달러로 전달보다 5.2% 증가했다. D램 가격이 3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 시설과 생산 공장이 있는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PC용 D램(DDR4 8Gb 2133㎒) 고정거래가격은 1월 평균 3달러로 5.26% 상승했다. 지난해 5월과 6월 3.31달러로 나타났던 이후 8개월 만의 상승이다. 서버용 D램(DDR4 32Gb) 역시 전월대비 4.55% 오른 115달러로 나타났다.

D램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다. 두 회사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 호황에 따른 실적 증대가 전망되고 있다.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출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질렀으나,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에 따라 만들어 시장 경쟁력이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발표한 176단 낸드플래시의 개념도. /마이크론 홈페이지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미세공정으로 만든 1a D램을 올해 나란히 양산할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준공한 세계 최대급 M16 팹(공장)에서 하반기 1a D램을 본격 양산하고, 5세대(1b) D램 개발에도 박차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진 두 회사의 D램은 품질과 성능, 가격 경쟁력에서 마이크론을 앞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인 가운데,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한 SK하이닉스의 선전이 예고되고 있다. 마이크론이 먼저 176단의 양산에 들어갔지만, 두 회사 역시 초고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더블스택’ 기술을 활용해 초고적층 낸드플래시를 올해 안으로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단수는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256단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76단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양산 체제로 본격 돌입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CL./SK하이닉스 제공

◇ 車 반도체 고성장 전망 불구 韓 기업 가장 취약…"빨리 생태계 구축해야"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올해 높은 수준의 성장이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늘어난 자동차 수요에 따라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추가 전자 시스템과 온보드 연결, 자율주행 시스템이 발전, 전기차 판매 확대는 올해 신차에 장착되는 반도체 가격을 평균 550달러 이상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베디드 MPU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성장이 둔화되는 대신 자율주행차, 드론, 사물인터넷(IoT) 애플리케이션의 수요 증가로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오토를 내놓고 있으나,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순위권 밖이다.

자동차 내 전자장비 장착 비중 증가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해마다 큰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NXP 제공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네덜란드 NXP가 21% 점유율로 1위, 독일 인피니언이 19%로 2위, 일본 르네사스가 15%로 3위다. 이어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14%,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13% 순이다. 지난해는 인피니언이 경쟁사 인수에 따른 효과로 1위가 확실시된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알 수 있듯 자동차용 반도체의 특별한 강자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 자체의 성장세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7% 상승해 오는 2026년이면 676억달러(약 75조3600억원)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고,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KPMG는 연평균 6~7% 성장해 2040년 1500억~2000억달러(약 167조2200억~222조9600억원)의 시장이 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도 자동차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제공

최근 의미 있는 M&A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뛰어들기 위해 네덜란드 NXP나 미국의 TI,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XP는 미국 퀄컴도 눈독을 들였으나, 중국의 반대로 인수하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전자가 2019년 NXP와 TI의 사업장을 실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율주행·전기차 시대에 있어 반도체는 활용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빠른 인수합병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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