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영구폐지 없다" 확인.. 개미들 투쟁 예고

김희원 2021. 2.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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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 유일하게 금지상태
외국자본 이탈 등 우려해 결정
시장혼란 피하려 금지 연장 절충
투자업계 연착륙 결정에 "환영"
개미들 "기울어진 운동장" 반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3일 내놓은 ‘공매도 금지 재연장과 부분 재개’ 결정은 정치권과 국제표준 사이를 오간 절충안이다.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언뜻 보면 공매도 금지를 5월 초까지 연장한 것에 눈길이 가지만 ‘5월 재개’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는 게 맞다. 공매도 재개를 반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영구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투자업계는 공매도 재개 ‘연착륙’ 결정을 환영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이날 공매도가 불법적 거래기법이 아닌 ‘세계적 표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연결된 우리 자본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인 공매도를 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한국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국가별 등급 평가 시 공매도가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비슷하게 공매도를 금지했던 국가들이 대부분 공매도를 재개한 점, 외국인 자본 이탈 우려,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회복된 점도 공매도 재개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혼란을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공매도 재개일을 당초 예정일인 3월 16일에서 한달 반가량 미뤘다. 전면 재개가 아닌 ‘부분 재개’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일부 종목에 대한 부분 재개는 홍콩식이 부분 공매도 방식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금융주’부터 공매도 우선 재개했던 정책적 경험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키우는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개인도 안정적으로 주식을 차입할 수 있도록 증권금융이 결제위험을 부담하는 개인 대주 제도를 확대 개편한다. 단, 공매도를 처음 접하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교육 및 모의투자가 의무화된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 경험 등 수준에 따라 진입에 단계를 둬 차등적으로 허용한다.

2019년 기준 개인 공매도 참여자의 평균 차입잔액이 2300만원임을 감안해 초기 투자한도는 3000만원으로 설정됐다. 2년 내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이고 누적 차입규모가 5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한도가 5000만원이고, 2년 이상 투자를 해왔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인 경우에 대해서는 차입한도를 두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대형주에 국한해 5월 초 공매도를 재개한 결정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피 200 지수 및 코스닥 150 지수 구성 대형주들은 차익거래나 위험회피 거래를 위해 공매도 필요성이 많았던 종목들이다”며 “대형주만이라도 공매도 재개 방침을 정한 것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소형주의 공매도에 더욱 민감해한다는 점에서 대형주부터 재개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긍정적으로 판단하면서도 “나머지 종목의 공매도 재개 스케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은 시장 불확실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개인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선거용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4월 재보궐선거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공매도 재개를 잠시 늦춘 ‘꼼수’라는 것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형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선거용이라고 본다.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김범수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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