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허태웅 농진청장 "밭작물도 스마트팜, 누구나 디지털농업 가능할 것"

원다연 2021. 2.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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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자급률 제고 등 농촌문제 해결 답은 '디지털농업'"
"어려운 거란 인식깨고 확산 위해 노지작물 적용 기술 개발"
"포스트 코로나시대 수요자 맞춤형 품종 개발도 늘릴것"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팜을 노지 작물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농촌진흥청)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이명철 기자] “농촌 공동화 문제, 식량 자급률 제고 등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농업’이다. 일부 농가에만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팜’을 노지(비닐하우스 등으로 덮지 않은 땅) 밭작물까지 확대하는 기술 개발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지난달 27일 전주 농촌진흥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기반 첨단 디지털 농업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열어가는 열쇠”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청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30여년간 근무한 뒤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농업 기술을 개발·전파하는 농진청을 이끌고 있다. 취임 반년을 앞둔 허 청장의 고민은 농진청에 쌓안 농업 관련 데이터와 연구기술을 어떻게 하면 농촌 현장에 더 잘 적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돼 있었다.

다음은 허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취임 반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주요 성과는.

△농식품부에서 일하면서 바깥에서 농진청을 바라볼 때는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에서는 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농진청에는 농업과 관련한 데이터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는데, 농가가 원하는 경우 이를 제공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농업을 단순히 경험에 의존해서는 안되고 데이터에 기반해서 해야 하는데 쌓여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11월 청장 직속으로 디지털농업추진단을 만들었다.

-디지털농업추진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디지털농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농업 과정을 자동화·디지털화해 농사의 편리성과 생산성과 함께 품질도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첨단 디지털농업은 신규 농업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익성과 편리성은 강화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드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농업추진단은 이같은 디지털농업기술 개발을 종합, 패키지화해 신속히 현장, 산업체에 확산되도록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있다면.

△현재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같이 시설농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디지털농업기술 개발을 노지 작물(밭에서 재배하는 농작물)로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다수 농업인들이 스마트팜(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은 특정 농업인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깨고 디지털농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지 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노지 스마트팜’을 위해 구체적으로 진척된 사안이 있나.

△농진청 산하에 국립농업·국립식량·국립원예특작·국립축산 과학원 등 총 4개의 과학원이 있다. 과학원별로 2개씩 작물을 선정해 실증단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감자, 고구마와 같이 아주 친숙한 작물도 포함될 예정이다. 산하 과학원 원장들이 직접 책임지고 챙기는 최우선 과제로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선 실패해도 좋다고 독려했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농업 현장에 적용했을 때의 문제점을 미리 잡아낸 성과를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진청에서는 민간에서는 하기 어렵고, 하지 않는 기술개발에 앞장서려 한다.

-디지털 농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디지털 농업 뿐 아니라 그린 뉴딜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사업들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비 기상재해 예측 및 경보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진행중이다.

-국산품종 개발도 농진청의 중요 역할이다. 현재 주요 작물의 종자자급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주요 품목별로 종자 자급률을 보면 벼나 보리, 고추, 배추, 수박, 참외 등은 자급률이 100%이다. 전체적으로 채소는 지난 2019년 89.8%에서 지난해 89.9%로, 과수는 16.9%에서 17.5%로, 화훼는 44.2%에서 44.5%로 향상됐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자급률을 높이는데 성과를 낸 대표적인 품종은 어떤 것들인가.

△딸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국내 딸기 재배면적의 80%는 일본 품종이 차지하고 국산 품종 보급률은 9.2% 수준에 불과했다. 농진청과 전국 농촌진흥기관이 딸기연구사업단을 출범해 설향을 비롯해, 매향, 고하 등의 딸기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해 지난해 딸기 국산 품종 보급률은 96%까지 높아졌다. 국화 같은 경우는 국산 품종을 종주국인 일본에 수출한 사례다. 지난 2004년 개발한 국화 품종 ‘백마’는 2007년부터 일본에 본격 수출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수출액이 1478만 2000달러에 달했다. 국내 국산 품종 점유율 역시 2006년 0.9% 수준에서 2020년 33.1%까지 높아졌다.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 않나.

△우리 농림식품기술 수준은 세계 선도 그룹에 속해 많은 개도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현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농가 실증을 거쳐 시범마을을 조성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모두 22개국에 KOPIA 센터가 있다. KOPIA 에콰도르 센터에서 씨감자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기술지원과 시범마을 사업 끝에 생산량을 65% 증가시킨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성과로 KOPIA 에콰도르 센터는 지난해 UN 글로벌컴팩트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피해가 컸던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 대책은.

△농식품부, 각 지자체 등에 퍼져있는 과수화상병 대응 조치를 한데 모아 시기별 로드맵을 만들었다. 농진청이 책임지고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에 대응하자는 차원이다. 과수화상병은 사전에 궤양을 판별해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진단되지 않은 궤양은 70cm 이상 제거하고, 작업도구는 90초 이상 소독약으로 소독하는 ‘7090’ 기준을 만들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과수화상병 예측 프로그램인 메리블라이트를 통해 꽃 감염시기를 예측해 사전에 약제를 살포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나무주사를 이용한 방제 가능성 연구에도 돌입했다. 나무주사의 경우 약제가 농산물에는 들어가지 않는게 관건이므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나무주사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비한 큰 틀의 농축산식품 연구 방향도 달라질 것 같다. 앞으로 과제는.

△코로나19로 안전과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한편으론 간편, 배달음식 등으로 소비형태 변화도 빨라졌다. 디지털 농업을 통해 식량의 안정공급을 위한 연구 강화를 기본으로 추진하는 한편 건강 기능성 식품 및 수요자 맞춤형 품종 개발 확대와 이들의 전자상거래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아울러 인수 교차감염 차단을 반려동물 매개 감시·진단·예방·치료 등 원헬스 개념을 도입한 연구개발도 강화할 예정이다.

허태웅 농총진흥청장

△경남 합천(1965) △서라벌고 △서울대 농학과 학사·환경보건학 석사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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