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서 시민의 삶은 밝아지지 않았다 [흑백 민주주의 ⑥]

백승찬·윤승민·조문희 기자 2021. 2.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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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문화·인권적 측면은 진보했지만
경제에 대한 총체적 시각이 부족
적폐청산 등 굵직한 의제에 가려
소득주도 성장·비정규직 문제 등
성과 없이 존재감 잃은 정책 많아

구호는 근사했지만 내실은 부족했다.

경향신문은 신년기획 ‘흑백 민주주의’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학자·활동가 62명에게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권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적폐청산,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의제들이 많았으나, 실질적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등 경제 분야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외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포용성을 강조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의 원리·원칙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과 처방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갑작스럽게 출발했기 때문인지 경제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캐치프레이즈로서는 좋았지만, 사회안전망 확대와 연동돼야 했다”고 말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말하는 임금주도성장은 임금을 올리되 그 방법으로 법제도 정비, 노조 조직률 제고 등 노동의 힘을 강화하는 패키지를 고려한다”며 “한국에서는 이 내용이 소득주도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최저임금 인상에만 집중됐다”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보유세를 강화하거나 투기적 과수요를 잡는 정책을 내놓으면 결과적으로 잡히는 게 부동산 가격”이라며 “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잡겠다’는 방법이 빠졌다. 앞뒤가 뒤바뀐 대처였다”고 말했다.

거대 의제에 가려져 시민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정책에는 미진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는 “남북관계, 검찰개혁, 에너지 정책 등은 나름의 성과를 냈다”면서도 “교육개혁, 노동, 지방균형, 군개혁, 청년일자리 등 존재감을 잃어버린 정책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미투 운동, n번방 폭로 등은 모두 시민들이 주도한 변화”라며 “여성정책 측면에서 정부는 별로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이전 정권에서 잘못됐던 걸 바로잡는 부분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림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그 힘들을 모으는 사회통합에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촛불혁명의 정치연합을 개혁연대로 만들었으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것”이라며 “촛불이라는 상징 자산을 독점했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도 “사회약자 보호, 권리 신장 등 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다”며 “열성 지지층에만 의존했다”고 말했다.

개혁은 정부의 몫만이 아니기에, 꾸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가현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조직팀장은 “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는 생각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이 모두 든다”고 말했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는 “노동, 부동산, 증세 등의 정책이 어정쩡했지만 문화, 인권 측면에선 많은 진보가 있었다”며 “수십년간 굳어온 사회현실을 5년의 기간 동안 바꾸긴 쉽지 않다. 인내심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승찬·윤승민·조문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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