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재난지원금 정책조율 어디 갔나"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4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갈등이 아슬아슬하다.
전 국민과 맞춤형(선별)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을 동시에 편성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반기를 든 홍 부총리를 향해 여당 일각에서는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 지기는 자격이 없다'며 사퇴론까지 들먹이는 험악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재난지원금 지급 때마다 당정의 갈등은 있었으나 이번만큼 원색적으로 흐르진 않았다.
정책을 두고 의견이 다를 때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선을 넘어선 감정적 충돌은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심을 읽고 표를 생각해야 하는 현실 정치인과 경제행위의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는 입장이 다를 수도 있겠으나 경제학자들은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보다는 피해를 본 계층을 집중적으로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사전 정책 조율 기능 복원으로 갈등 최소화해야"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정·청 협의 채널이 있기에 이낙연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위한 추경을 얘기하기에 앞서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면서 "협의체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지 국민 앞에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당정 또는 당·정·청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 현안의 조율사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경제부총리는 현 정권이 임명한 관료인데 여당에서 타박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을 두고 서로 건설적 논의를 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갈등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상황을 보면 정치인들이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도 했다.
이들과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저런 당의 의견과 입장이 있고, 행정부도 나름의 입장과 의견이 있기 때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반드시 미리 협의하고 조율할 필요는 없다"면서 "국민이 혼란스럽다고 볼지는 모르겠으나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걸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전 국민 지원보다 피해 계층 집중 지원이 바람직" 의견 많아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이들 경제학자의 의견은 한곳으로 모였다.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진방 교수는 "전 국민이 힘드니까 보편 지급하자는 것이나 재난지원금으로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방역에 신경을 써야지. 경기 부양할 때는 아니지만 꼭 해야 한다면 고용이나 투자 증대에 직접 돈을 써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어려운 계층에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찬 교수는 "지금 어떤 업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누리고 있고, 부동산과 주식으로 부자 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너무 어렵다"면서 "이렇게 K자형 양극화가 심한데 전 국민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피해가 큰 업종이나 가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는 견해다.
안동현 교수는 "농가에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이나 주변의 가축을 살처분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국가가 보상해 주는데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라면서 "국가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피해가 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선별 지원해야 하며, 그것도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좁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정답은 보편적 차등 지원"이라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한테 주되 지원 규모는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 맞는다"라면서 "이런 원칙 없이 돈을 나눠주는 것이라면 선거 유불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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