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컴백..'암호화폐'를 도토리처럼

이진욱 기자 2021. 2. 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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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에도 부활한 싸이월드..미니홈피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가미 예정
싸이월드 로고.
싸이월드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돌아온다. 폐업와 회생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새 주인을 찾으면서다. '미니홈피'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기존 이용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장악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에서 토종 SNS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싸이월드는 과연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비스중단·전 대표 기소후 폐업·회생 갈림길…극적 양도로 또 한번 부활
싸이월드Z는 최근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권을 양수했다. 양수 금액은 전 대표와 싸이월드 직원들 간 임금체불 소송금액인 10억원 수준이다. 싸이월드Z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스카이이앤엠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방탄소년단(BTS)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이다. 싸이월드Z는 이르면 3월 중 기존 싸이월드 PC서비스를 정상화할 계획이다. 상반기엔 '싸이월드 모바일 3.0' 베타 서비스도 출시한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신드롬을 일으키며, 2000년대 중후반까지 토종 SNS의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모바일 환경 전환에 대응하지 못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외국계 SNS에 밀려 쇠락했다. 프리챌 창업주 출신인 전 대표는 2016년 싸이월드를 인수해 명맥을 이으려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으로부터 50억원을 수혈받고, 뉴스 서비스 개발 및 암호화폐(가상화폐) 발행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허사였다.

2019년 10월 돌연 서비스가 중단됐고 지난해 5월엔 밀린 세금으로 사업자 등록자격까지 말소됐다. 폐업 논란의 시작점이다. 전 대표는 임직원 임금 퇴직금 체불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투자를 받아 싸이월드를 살려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표가 추진한 인수나 투자 유치는 번번히 무산됐다. 전 대표가 지난해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으며 또 다시 폐업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그러나 싸이월드Z가 지난달 전 대표와 싸이월드 서비스 양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부활의 길이 열렸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3/뉴스1
싸이월드 '찐팬'이 투자 원동력…싸이월드 영광 되찾는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싸이월드의 성공을 확신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지금까지 싸이월드를 잊지 않는 이용자들이다. 새 법인을 설립하며 싸이월드를 재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오 대표는 "싸이월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2019년에도 10개월간 1회 이상 방문한 이용자가 1000만명에 달했다"며 "모바일 3.0 버전에 확장성을 가미해 출시하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싸이월드를 그리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몇차례 싸이월드 폐업 소식이 알려질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안타까운 사연이 줄줄이 소개됐다.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을 찾는다거나, 가족처럼 지낸 반려견과의 추억을 돌려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싸이월드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을 정도다.

오 대표는 싸이월드 실패의 원인을 자금난으로 꼽았다. 싸이월드가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임직원이 줄다보니 전 대표가 기능을 간소화하는데 급급했다는 것. 그는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다보니 서비스가 게시판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싸이월드 본연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면에서 싸이월드Z는 투자도 유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 대표는 "투자금으로 80억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추가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싸이월드의 인기를 재현한다는 포부다.
과거 미니홈피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추가…"암호화폐로 도토리 대체"
오 대표는 싸이월드 모바일 3.0 버전이 과거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미니홈피가 확장되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현실처럼 나만의 공간으로 받아들였던 미니홈피를 재밌는 놀이터로 만들 것"이라며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장점을 더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인기 요소는 가져가되,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요소를 추가할 것이란 의미다. 오 대표는 세세한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랜드오픈과 동시에 모든 내용을 공개한다는 전략에서다.

오 대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의 경쟁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인스타그램은 명품을 자랑하는 곳이 됐고 페이스북은 기능 측면에서 너무 밋밋하다"며 "싸이월드는 이런 점들을 보완하는 혁신적 SN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반응도 좋다고 했다. 오 대표는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의 서비스 기획부서와 공유했는데 그들도 놀라는 눈치"라고 전했다.

싸이월드Z는 기존 싸이월드의 '도토리'는 유지하면서 암호화폐도 도토리처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오 대표는 "가상화폐는 진화한 '도토리'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더리움 기반으로 발행되며 싸이월드 서비스 개시 이후 국내 3대 거래사이트 중 한 곳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로 미니홈피의 미니미의 옷과 방 등을 꾸밀 수 있고 배경음악, 메뉴 스킨 등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오 대표는 서버 사용도 문제 없다고 밝혔다. 사진 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3000만개, 동영상 1억5000만개 등 기존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서버를 복구중"이라며 "테스트 기간을 거치면 3월 서비스 재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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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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