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백마진, 부당한 수익인가 물류비인가

택배산업 구조진단③
소비자 내는 택배요금 2500원..택배사는 1700원 받아
770~1000원 차액 놓고 논란.."고객 기만"vs"필수 물류비"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에 '택배비 온전히 지급' 명시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택배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쇼핑몰들이 받는다는 이른바 ‘백마진’ 문제가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쇼핑몰들이 고객들에게 택배비 명목으로 받는 비용 중 차액을 남기고 택배사에 지급한다는 점이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택배사들이 치열한 경쟁구조 탓에 ‘을’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불공정한 거래구조에도 반발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이 비용은 상품 보관이나 포장 등에 들어가는 물류비의 일환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면서 쇼핑몰에 지급하는 택배요금은 2500원이다. 하지만 실제 택배사가 받는 요금은 약 1500~1730원 수준이다. 개당 770원~1000원 가량은 쇼핑몰의 몫이다.

지금은 대형 계약의 경우 택배 본사에서 계약을 진행하지만 산업 초창기에는 택배 기사나 대리점이 상품 유치를 위한 영업을 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했으므로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화주로부터 계약서 상 금액을 받지만 반대로 자신의 돈으로 뒷돈을 챙겨주는 사례가 있었다. 이것이 백마진이다.

지금은 이런 음성적인 행태는 없어졌다. 하지만 택배비라는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받는 비용이 온전히 택배사에 전달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당시에 빗대 ‘백마진’이라고 칭한다.

택배노조 측에서는 택배비 2500원만 그대로 택배사에 넘어와도 수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택배사들의 물량 중 약 60%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발생한다. 진통을 겪으며 택배요금을 100~200원 올리는 것보다 거래 관행 개선을 통해 건당 770~1000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달 발표한 1차 합의문에도 ‘화주(쇼핑몰)는 소비자로부터 택배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택배요금 등으로 택배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하는 등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사실 이 같은 구조 개선은 과거에도 추진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는 ‘택배 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택배 요금 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업체에 내는 금액이 아니라 택배회사가 실제로 받는 요금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계약별로 제각각인 요금을 공개할 경우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업계의 반발과 운임 단가를 신고할 경우 업체 간 담합 우려가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견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백마진으로 부르는 행위가 ‘리베이트’처럼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물류를 운영하면서 필요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고 반박한다.

상품 보관과 포장, 출고 등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바로 물류비다. 소비자가 내는 택배 비용에는 상품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받아보는 순간까지 모든 비용 일체를 지불하는 것인 만큼 이런 물류비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는 의견이다.

여전히 의견은 분분하다. 백마진이라고 지적하는 측에서는 “택배비를 냈는데 중간에 이익을 챙기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비용이 발생한다면 제조원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물류비로 봐야 한다는 측에서는 “쇼핑몰이 택배비로 건당 700~1000원의 부당 이득을 올린다기보다 물류에 필수적인 비용을 받는 것”이라며 “결국 택배사와 택배기사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계약가를 어떻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