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나중에 받으라" 정부 답정에 눈덩이 된 빚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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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1년 이상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줄 처지에 놓였다.
현재까지 은행권에서 만기가 미뤄진 대출 규모는 116조원, 유예된 원금 상환액은 8조5000억원, 이자액은 1500억원 상당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으니 대출 만기를 미뤄주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고 한다"며 "금융당국이 논리보다는 정치를 따른 결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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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1년 이상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줄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금융지원을 이유로 상환 유예 필요성을 재차 언급해서다. 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가는데 갚는 날은 요원해지면서 '시한폭탄'이 될 우려가 커졌다.
3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한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조치는 당초 그해 9월까지였으나 올해 3월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금융위는 이달 말 추가 연장 여부를 확정하면서 조치 정상화 후 연착륙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은행권에서는 '답정'(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란 반응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은행권에 '이자를 받지 말라'는 의견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조치 연장을 재차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빌려준 돈과 이자를 1년 이상 안 받는 셈이다. 조치가 끝나더라도 당장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은행권에서 만기가 미뤄진 대출 규모는 116조원, 유예된 원금 상환액은 8조5000억원, 이자액은 1500억원 상당이다.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완만해지지 않아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잔액이 1년간 5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월 447조2475억원이었는데 지난달 501조1391억원으로 53조8916억원(12.05%) 늘었다.
부실 가능성이 함께 커지면서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상환을 미뤄주면 당장은 건전성 지표가 좋게 나오지만 조치가 끝나는 대로 나빠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했지만 '유예 역설'로 은행권 건전성 지표는 도리어 좋아졌다. 5대 은행의 3분기 연체율은 0.2~0.29% 수준으로, 1분기 0.21~0.39%에 비해 개선됐다. 같은 기간 부실 위험이 높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낮아졌다.
은행권에서는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를 키우는 꼴"이란 볼멘소리가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을 갚기 어려워지고 기업과 은행 모두 부실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이자를 못내는 기업이 시간이 지나 극적으로 딛고 일어날 확률은 낮다"며 "부실을 키우는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언급한 '연착륙'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조치가 끝난 뒤 시한폭탄으로 다가오지 않게 분할상환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종식이 까마득한 만큼 지금부터 조금씩 갚는 게 맞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차주에 따라 상환 구조를 다시 짜는 등 방법으로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며 "은행별, 차주별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관치 금융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은행을 향한 주문이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으니 대출 만기를 미뤄주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고 한다"며 "금융당국이 논리보다는 정치를 따른 결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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