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비문 정치인' 아냐..내 마음은 항상 똑같았다"

김원철 2021. 2. 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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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박영선'의 행보에 '정치인 문재인'의 운명이 좌우되던 때가 있었다.

박 전 장관은 "한번도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한 적 없다"며 "내 마음은 늘 똑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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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재개발 때 시에서 공공도서관 짓고
조합은 공동체 위해 공간 내놓는 식
'비문'이라 생각 안해..늘 똑같았다
중기장관 654일 행정경험 큰 도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정치인 박영선’의 행보에 ‘정치인 문재인’의 운명이 좌우되던 때가 있었다. 반대편에 서서 매서운 공격을 날린 때도 있었고, 극적 화해 끝에 손을 맞잡은 때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된 그는 654일 동안 자리를 지키며 ‘장수 장관’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그를 2일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박 전 장관은 “한번도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한 적 없다”며 “내 마음은 늘 똑같았다”고 말했다.

―출마까지 고민이 길었다.

“중기부에 다급한 상황이 많았다. 버팀목 자금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했고, 모더나가 한국에 공장을 짓고 싶어 해서 협상도 진행 중이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신 나서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사실이다. 만나서 설득했고 관심도 있었다. 마지막 결심 즈음에 (민주당)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떨어질 것 같으니 다른 사람 나가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출마 결심부터 선언까지 기간이 너무 짧다.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닌가?

“대학에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했다. 도시에 대한 생각을 오래했다. <서울을 걷다>라는 책도 썼다. 축적의 시간은 다른 후보보다 많았다.”

―일각에서는 ‘비문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제 마음은 항상 똑같았다.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님이 때때로 제 말씀을 안 들어줘서 섭섭하기도 했다. 사람 간 관계라는 게 그런 게 반복되면서 애틋하게 깊이 이해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장관 하게 된 거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울시 행정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21분 콤팩트 도시’가 대표 공약이다. 직장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다핵도시가 안 되는데, 관의 의지로 직장 분산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현재 도시는 100년 전 뉴욕시 모델이다. 도시를 상업·주거지구 등으로 나누었다. 당시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를 구획한 것이다.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고 있다. 도로 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집중화에서 다핵화로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이다.”

―재선해도 임기 5년인데 그 안에 가능한가?

“1년 2개월 안에 모델을 하나 만들 수 있다. 여의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5년 안에는 21개 모두 가능하다. 파리에 에펠탑이 있듯, 서울 오면 (‘21분 콤팩트 도시’ 핵심 구상인) 버티칼 가든시티가 있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 향후 100년 도시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후보는 강남 재건축을 허용하면 서울 전역 아파트 가격이 자극받을 거라며 반대한다.

“강남도 재건축·재개발을 원칙에 입각해 부분적으로는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아파트가 ‘1980년대 주거문화와 4인 핵가족’에 맞춰져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이 35%를 넘어섰다. 아파트 구조도 1·2인 가구 위주로 바꿔야 한다. 공공커뮤니티 개념이 들어간 재개발·재건축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시가 공공도서관을 지어줄 수 있다. 대신 조합은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을 공동체를 위해 내놓는 식이다.”

―강변북로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우 후보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조망의 공공성’도 중요하다. 강변에는 저층으로 지어야 많은 시민이 경치를 볼 수 있다.”

―전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이다 보니 여성 후보론이 있었다.

“21살부터 직장생활하다 44살에 국회로 갔다. 마음에 상처 입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는 많은 여성을 봤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시는 그런 일 있어선 안 된다. 여성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이 이런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2016년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는데, 전임 시장이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공약했다가 못 지켰다. 관련 공약이 있는가?

“시대가 많이 포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보듬으며 포용적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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