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축소 권고에 때아닌 '관치금융' 논란.."정치권 요구와 무관"
이익공유제 요구 맞물려
당국 배당 축소 권고 뭇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대응을 이유로 금융지주사에 배당 축소를 권고한 것을 두고 ‘관치금융’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은행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와 맞물려 의혹이 증폭된 건데, 금융당국은 ‘은행 자본을 충실히 쌓자는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3일 금융권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5대 금융지주(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는 오는 4일과 5일 지난해 실적에 따른 배당금 공시를 앞두고 배당 축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7일 은행 및 은행지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2019년 25∼27%에서 2020년 20% 이내로 줄이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지난해 기준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19~22% 수준이다.
주주들은 불만이 크다. 저금리로 은행 주가가 연일 하락세인데 배당까지 축소하면 투자 매력도가 더 낮아진다고 봐서다. 때마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한 은행권 이익공유제 참여와도 맞물려 ‘정부가 은행의 배당 축소분을 이익공유제에 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는 오히려 은행에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국내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2023년까지 지속되는 ‘엘’(L)자형 시나리오일 때 국내 상당수 은행이 ‘배당제한규제비율’에 못 미쳤다. 국제결제은행은 위기가 닥쳤는데도 은행들이 배당금을 계속 지급해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 확충 하한선을 제시했는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 일부 은행들이 이에 미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잠재적 부실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금융브리프에서 “국내 은행 대손충당금이 전년도보다 늘었지만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자본 확충을 권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위기 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자본 뿐이라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 요구와는 관계 없이 위기 대응 여력을 키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요구는 다른 국가들도 이미 실행한 조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유럽권 은행에 배당을 아예 지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가 최근 2019년∼2020년 누적 이익의 15% 미만 수준에서 배당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영국 건전성감독청도 지난해 은행 배당을 없애라고 권고했다가 올해 2019년∼2020년 누적 이익의 25% 이내에서 배당을 다시 허용했다. 유럽권 은행의 2019년 평균 배당성향이 63%(MSCI지수 기준·NH투자증권)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지난해 6월 정한 은행 배당 상한선(최근 4개 분기의 평균 순이익 이내)을 올해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 금융지주는 전년도와 유사한 규모로 배당을 했고 올해 거론되는 배당 축소 규모도 5∼7%포인트 수준이다.
은행이 배당을 줄이더라도 이익공유제로 이익이 줄면 결과적으로 자본 확충 효과가 없는 것 아닐까. 이는 이익공유제의 구체적 형태와 은행권 부담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은 대출 원리금 및 이자 상환 조치를 연장한다거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이자 일부를 정부와 은행권이 대신 부담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사회공헌 예산을 일부 늘리는 건 큰 부담이 아니지만 대출 원리금을 감면하는 등 수익성을 저해하는 수준이면 자본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박영선 “‘비문 정치인’ 아냐…내 마음은 항상 똑같았다”
- 오토바이에 택배 더미, 위험 내몰리는 집배원
- ‘곳간 열쇠’ 앞에서 흔들리는 이낙연-홍남기의 인연
- 화이자·모더나 효능 95%…아스트라·얀센 집근처 병원서 접종
- 서울 30만호·전국 85만호…정부, 대규모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
- 지역사회 퍼진 변이 바이러스…“외국인 집단감염 38명 모두 가능성”
- 은행 배당 축소 권고에 때아닌 ‘관치금융’ 논란…“정치권 요구와 무관”
- ‘안희정 캠프 합류 후회?, 아들 입대는 출마 때문?’…박영선 답변은
- [이창섭의 MLB 와이드] 류현진의 천적, ‘김광현 특급 도우미’ 되다
- 여당, 홍남기 사퇴까지 거론…재난지원금 놓고 당정 2차 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