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캠프 합류 후회?, 아들 입대는 출마 때문?'..박영선 답변은
짧은 질문이 더 날카로운 법. 2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그간의 정치적 선택과 가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진 이중 국적자였던 아들이 석달 전 입대한 건 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서였을까?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때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걸 후회할까? 서울시장이 되면 대선에 도전할까? 국회의원 시절 ‘저격수’로 불린 박 후보가 오엑스(OX) 손팻말을 들고 ‘숏터뷰’ 질문에 답했다.
―탈당 위기가 몇차례 있었다. 안 하길 잘했다?
“오(O)! 탈당하려고 생각도 안 했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아들이 입대?
“노노노. 아니다. 엑스.”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한 적 있다?
“없다.”
―원내대표였던 2014년 ‘세월호 협상’에 대한 비난, 억울하다?
“아니다. 이해한다.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안희정 캠프로 간 것, 후회?
“엑스. 그 당시에는 당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런 차원으로 간다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도 사전에 말씀드렸다.”
―서울시장 떨어지면 대선 출마?
“엑스, 엑스!”
―당선되면 대선에도 도전?
“엑스. 거기까진 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
■ 숏터뷰가 끝난 뒤
단답형 ‘숏터뷰’가 끝나고 박 후보에게 구체적으로 더 물어봤다.
박 후보는 ‘탈당을 생각한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탈당 생각은 안 했지만, 정치를 그만둘까 생각한 적은 있다. 여기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14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맡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의 협상에서 수사·기소권을 모두 부여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세월호 참사 유족의 뜻이 반영되지 못한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면서 당 안팎 사퇴압박을 받았다. 당시 박 후보가 사흘간 칩거에 들어가면서 탈당설이 돌기도 했다. 박 후보는 당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억울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세월호 관련 증거가 막 없어지고 있어서, ‘협상을 더 끌면 증거가 없어지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진상조사위를 빨리 구성하고 대신 (유가족 입장을 대변하는) 우리 쪽이 조사위에 절반보다 더 들어가면 유가족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아픔을 당하신 분들에게는 그것을 삭힐 수 있는 세월이 필요했다. 제가 그런 감정을 알지만 ‘무 자르듯이 확 밀고 나갔던 것 아닌가.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 더 달래가면서 이걸 했으면 결과가 좋았을 걸’ 하는 후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들 군입대 관련 물음에도 답변을 피해가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중국적자였던 아들(23살)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입대하지 않을 경우 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 등도 어려워질 것이란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박 후보는 “아들이 지난해 5월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군대에 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입대했다. 박 후보는 “논산훈련소 가던 날은 아들 등을 두드려 주니까 아들이 눈물을 흘리려고 했는데, 부대 배치를 받고 나서는 제가 좀 울었다”고 답했다.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건 균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당시) 일방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내에서도 우리 후보들을 다 키워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 안 후보의 ‘멘토단장’을 맡았다.
정치 입문 17년째인 박 후보는 당선 이후 서울시정을 어떻게 끌고갈지에 집중할 때이지 대선 도전을 포함한 향후 정치행보까지 고려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에 와서 무엇을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운 딱 하나가 원내대표였다. 나머지는 다 당에서 ‘이번에는 좀 나가야겠다’ 이런 연유로 출마하게 됐다”며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니 시장이 돼서 서울시 미래 100년 좌표를 찍는 데 몰입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주변 권유가 컸느냐’는 물음에 “주변 분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제가 출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심지어는 운명이니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웃어 보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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