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친일'..소모적 정쟁에 국민만 피곤

신진환 2021. 2.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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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 당을 향해 '친일' '친북'을 씌우며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코로나19로 무너져가는 민생을 살리는 일인데, 여야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국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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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을 찾아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내놓은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친일적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TF의 눈] 민생 살리기 급선무…여야, 정쟁 멈춰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최근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색깔론' 정쟁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선 선거철만 되면 '종북좌빨' '토착왜구'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 당을 향해 '친일' '친북'을 씌우며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셈이다.

색깔론 프레임은 '북한 원전' 논란으로 점화됐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직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중에는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 문건이 담겼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알려지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나아가 야당은 지난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원전 건설 제안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 공방이 가열됐다. 정국 최대 화두는 '북한 원전'이었다. 국민의힘은 USB 공개와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거짓 주장'이라고 맞섰다.

산자부가 지난 1일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명시된 해당 문건을 공개한 이후에도 야당은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정권 사람들이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문재인 정권의 대북 원전 지원 의혹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산업부가 감사를 앞두고 많은 문건을 없앤 원전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할 일이다. 향후 월성 원전과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위법성이 드러난다면 그때 정치권이 움직이면 될 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에 정부가 원전을 지어줄 수 있는지 말이다. 동맹국 미국과 국제사회가 과연 동의했을까. 정부가 엄청난 후폭풍과 뒷감당을 뒤로하고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을까. 불가능하다. 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가령 우리가 제공하는 원전에 미국 부품이 있으면 미국과도 별도의 원자력 협력 협정 체결해야 한다"며 "이렇게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것을 검토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국민의힘의 '한일 해저터널' 공약도 논란이 한창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일 경제적 효과와 고용 창출 등을 이유로 들며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는 공약을 밝힌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연일 한일 해저터널 공약에 대해 '친일적 주장' '친일 DNA'라는 표현을 써 비판하고 있다. 오히려 한일 해저터널이 이적행위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일 해저터널에 찬성했다며 응수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이 이전투구 판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상대를 자극하는 막말, 여기에 '색깔론' 프레임까지 씌우는 그야말로 '저질 정치'가 판치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현재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코로나19로 무너져가는 민생을 살리는 일인데, 여야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국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싶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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