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밀렸던 홍남기..여당선 또 '사퇴론' 압박

위용성 2021. 2.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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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재정준칙, 대주주 3억..현안마다 당정 충돌
홍남기, 이번엔 SNS 공개 반발.."사실상 배수진" 분석도
재난지원금 논의 주목..선별+보편지급땐 '곳간' 논쟁 격화
갈등 지속되거나 여당에 또 밀릴 경우 입지 더 좁아질 듯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급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대 의견을 올린 것을 놓고서다. 여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또 한 차례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집권당 대표와 경제 수장의 갈등으로 인해 4차 재난지원금의 논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논란을 감수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홍 부총리가 여당의 압박에 다시 한 번 물러서게 될 경우, 거취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의 SNS글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여당과의 신경전 때마다 번번이 밀려나면서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사실상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여당과 기재부의 신경전은 여러 차례 있었다. 홍 부총리는 작년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선별지급 방식을 고집하다가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 이후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이른바 '대주주 요건' 확대안을 놓고 다투다 끝내 사의 표명을 하기도 했다. 당시 홍 부총리의 '사표 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진화했다.

특히 재정 확대 문제를 놓고 여당과 기재부는 건건이 부딪히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홍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를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내놓자 여당에서는 "사실상 긴축재정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를 놓고서는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는 기재부에게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했다. 이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지난달 24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 홍 부총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 다양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0.11.16. scchoo@newsis.com


지난 1일 4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다룬 당정협의에서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홍 부총리와 언쟁을 벌이다 회의장을 나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내에서는 이번에도 홍 부총리 사퇴론이 돌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다.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의 이견사항이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로선 이번 신경전이 '개혁에 대한 관료의 저항'으로 읽힐 수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경기 부진과 민생 피해 등을 고려할 때 재정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홍 부총리에 대한 여당의 압박이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관료가 아니면 누가 그런 반대 역할을 하느냐"며 "재정당국 수장이 그런 소신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당정 갈등과는 별개로 가파른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에는 분명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이 병행된다면 추경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국민 지급이 이뤄졌던 1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는 총 14조2000억원이었고, 2차와 3차는 각각 7~9조원 가량이 들었다. 단순 합계만으로도 20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도 2차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에서 시민들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온라인 신청(2월 1일~3월 14일), 현장 수령(3월 1일~4월 30일), 취약계층 찾아가는 서비스(2월 1일~28일) 등 3가지 방법으로 지급된다. 2021.02.01.jtk@newsis.com


이 경우 문제는 당장 쓸 실탄이 없어 대규모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서 3차 재난지원금과 백신 구입비 등을 마련하는데 '비상금' 개념인 목적예비비까지 털어 썼기 때문이다. 추경 재원은 사실상 대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95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1000조원대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47.3%로 작년 본예산 대비 7.5%포인트(p)나 상승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예산 기준인 만큼, 추경을 편성할 경우 숫자는 또 달라진다.

만약 추경 규모를 20조원으로 잡고 전액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가채무는 976조원, GDP 대비 비율은 48.3%까지 오르게 된다.

결국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당의 입장이 완강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2년 넘게 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으로 당정 갈등이 계속되거나 끝내 여당에 밀릴 경우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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