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충돌' 홍남기에 관가 "부총리가 총대 멘 것..울컥"

洪, 전국민 지원금·추경 둘러싼 당정갈등 '불씨'
"할말 많았을 것..1년 내내 구박은 심하지 않나"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발표로부터 불과 5시간 만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관가에서는 "부총리가 총대를 멨다", "직원 노고를 칭찬한 글의 마지막 부분에선 울컥하기도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3일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부총리가 전날 자신의 SNS에 '재정의 역할과 기재부의 책임, 진중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제하의 글을 올린 뒤 관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와 말들이 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총리께서 할 말이 많으셨던 것 같다"며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총리가 나서서 총대를 멘 것"이라며 "여당 대표 연설이 국민에게 마치 확정된 것처럼 이해될 것으로 우려되자 재정 당국의 입장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소위 '반기'에 대해 사견을 아끼면서도 "지난해부터 주식양도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 쭉 소신을 주장해 오셨던 분"이라고 언급했다. 또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그간 여당 요구에 맞서 자기 소신을 숱하게 펼쳐 왔으나 대부분 백기를 들고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을 70% 가구에만 선별 지급하겠다는 계획,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기준 3억원 하향 조정,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 힘들다는 주장 등 모두 여당의 압박에 관철되지 못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가 당초 계획과 다르게 유예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단 뜻을 밝히기도 했다. 비록 사표는 곧장 반려됐으나 이는 그간 꾸준히 이어져 온 당정 갈등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는 개인적으로 울컥하기도 했다"며 "지난해 추경만 4차례였다. 이게 공직자로서 책임이자 나라를 위해 몸바쳐 일하는 영광이기도 했으나, 결코 쉬웠다고는 말을 못하겠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나라와 국가 안위를 위해 열심히 일해도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 '부총리가 무능하다'는 구박을 받으니 솔직히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기자 분들도 독자 비판이 하루 이틀이면 소화할 수 있지만 1년 내내 이어진다면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라고 되물었다.

홍 부총리의 글이 기재부 등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직접 막아서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으려는 의도로 읽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정 갈등이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언론에서 말하는 당정 갈등은 4차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온 지 사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조율하고 협의해야 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 사퇴 예상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간 추측"이라고 단언했다.

당초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과 추경을 추진하겠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로부터 5시간 만에 반대글을 올려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각별하다는 것이 관가 안에서 지배적인 평가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와 이 대표의 관계가 상당히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서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회로 간 뒤에도 홍 부총리를 배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내놨다"면서 최근 홍 부총리를 향해 쏟아진 정치권 사퇴 요구의 경우도 이 대표의 존재로 완화될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