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관치[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 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돈이든, 각오든 많이 쌓아두고 단단히 다져놓을수록 충격 흡수력이 좋다. 빠른 복원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들이 미래의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도 같은 이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악화와 맞물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일정 이상 쌓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 때 시나리오는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되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고 예상 가능한 범위 이내여야 한다. 물론 블랙스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현실적 가정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일수록 그렇다.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들에 연간 기준 배당성향 20% 권고안을 전달하면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배당성향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적이 없으니 설왕설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이런 방침을 밝힌 뒤 당장 금융사들 주가가 먼저 영향을 받았다. 4대 금융 가운데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던 우리금융(27.0%)은 지난 2일까지 닷새 만에 주가가 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0.8% 빠졌다. 주가순자산배율(PBR)이 0.3배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나마 주가를 떠받치던 배당마저 줄게 되니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특별할 것 없던 연례행사인 주주총회를 힘들게 치뤄야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이나 논리가 근거나 타당성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은행의 자본 충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금융당국의 논리가 그르지는 않다.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 등의 사례를 들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것 역시 사실이다. 당국의 조치가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무디스의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이 자발적으로 배당을 줄이는 것과 권고를 받고 줄이는 것은 다르다. 논란은 거기서 시작된다. 은행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20% 이내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니 잡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배당축소의 명분이 된 스트레스 테스트의 전제부터 의심한다.
금융위에 보고된 금융감독원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8%로 예상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5.1%보다 더 나쁘다고 본 것이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찍고 2022년 4.6%, 2023년 상반기 5.9%로 회복한다는 U자형 장기회복과 2022년 0.0%, 2023년 상반기 0.9% 회복한다는 L자형 장기침체 2가지 시나리오를 짰고 그 중 L자형 모형을 택했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의 설정은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3.2%나 IMF의 3.1%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의 3.6%과는 더욱 괴리가 있다.
은행들이 그동안 당국이 허용하고 개별 은행들이 자체 시행하던 스트레스 테스트 방식에서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매년 6월 말, 12월 말 현재 은행 자산을 토대로 향후 1년간 은행에 미칠 영향을 따져 결과치를 당국에 보고해왔다. 대개 3~5개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최악의 가정은 IMF 외환위기 당시의 -5.1%다. -5.8%라는 임의의 성장률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는 일찌기 없었다. 굳이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은행권 내지 공신력 있는 국내외 기관들의 성장률 예측치에 부정적 요인들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정도였어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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