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맛빠기! 인도네시아] 황제, 여왕, 뱀.. 별칭도 희한한 266종 '과일 천국'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지난해 이맘때 중부술라웨시주(州) 팔루는 열대과일 두리안이 제철이었다. 시내 넓은 공터 양편에 두리안 식당 20여개가 줄지어 있었다. 철퇴처럼 주렁주렁 매달리거나 쌓인 두리안을 즉석에서 잘라 식사 대용으로 먹는 풍경은 우리나라 횟집 대열과 흡사하다. 지역산과 수입산 등 세 가지 두리안 가격은 ㎏당 2만5,000~6만루피아(2,000~5,000원). 오묘한 냄새에 잠겨 천상의 맛을 누릴 수 있다.
최근엔 전직 장성이 가꾼 서부자바주 보고르의 와르소 농장을 방문했다. 50㎞가량 떨어진 자카르타의 시민들이 맑은 공기도 마시고 농장에서 직접 기른 두리안도 ㎏당 7만5,000루피아(약 6,000원)에 맛보는 곳이다. 2년 전 취재한 북부수마트라주 오지 '끝에 끝(ujung deleng)' 마을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던 어린 두리안 나무엔 올해 더 큰 열매가 달렸을 게다.
인도네시아는 열대과일 천국이다. 266종이 자라고 이 중 62종이 재배된다. 현지인조차 다 알지 못하고 다 맛보지 못할 정도다. 수마트라(148종) 칼리만탄(144종) 자바(96종) 술라웨시(43종) 말루쿠(30종) 주요 섬마다 풍성하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인도네시아 청소년은 채소보다 과일을 더 좋아한다고 보고했다. 체력 보강용으로 바나나, 디저트로 망고, 제철 과일로 두리안이 으뜸이다. 우리에겐 낯선 대표 과일 6개를 소개한다.
① '과일의 황제' 두리안
생긴 모양대로 '가시라는 뜻의 두리안은 '과일의 황제' '악마의 과일' '지옥의 냄새, 천국의 맛' 같은 별칭이 많다. 그만큼 호불호(好不好)가 현지인 사이에서도 확연히 갈린다. 일단 희거나 노란 과육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날 수 없다. 당뇨 및 심장병 예방, 면역력 증진을 돕는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다. 호랑이 오랑우탄 코끼리 등 야생동물도 탐한다. 묘목 절도 사건이 잇따를 정도로 비싼 과일에 속한다. 현지인들은 엄청난 행운을 '두리안 룬투(runtuh)'라고 한다. 두리안을 따거나 먹는 꿈은 길몽이다. 꿈에 두리안 나무를 오르면 승진한다고 여긴다.
반면 휘발유 냄새, 썩는 냄새, 음식물쓰레기 냄새 등 표현도 제각각, 처음 맡으면 뒷걸음쳐질 정도로 기이하고 묘한 냄새 탓에 인도네시아에선 지하철(MRT)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나 호텔 반입이 금지다. 몇 년 전 호주 캔버라대학에서 "가스가 샌다"는 신고로 학생 600명을 대피시키고, 인도네시아에서 악취 때문에 일부 승객이 탑승을 거부해 비행기 출발을 1시간 넘게 지연시킨 장본이다. 먹은 뒤 껍질 안에 물을 담아 손을 씻고 양치하면 냄새가 사라진다.
열량이 높아서 간에 무리를 주는 술과 함께 먹으면 안 된다. 기자 역시 부임 초기 두리안을 먹은 뒤 술을 마셨다가 애를 먹었다. 중국에선 두리안을 먹은 20대 청년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청년은 경찰관이 직접 두리안을 먹은 뒤 음주 측정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자 풀려났다.
②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무게 75~150g, 탁구공만한 보라색(또는 적갈색) 과일이다. 맛은 달콤새콤하다. 아랫부분 '*' 모양 돌기 숫자는 하얀 과육 쪽수와 일치한다. 당뇨 암 관절염 등의 예방, 백혈병 세포 성장 억제,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가격은 500g당 1만5,000~2만5,000루피아(1,200~2,000원). 다 자라려면 평균 10~15년이 걸려 재배 및 대량 생산이 어렵다. 원산지인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나무 수명은 약 100년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열매가 고품질이다.
대항해 시대에는 과일보다는 염료로 각광받았다. 껍질을 깔 때 나오는 즙은 옷에 묻으면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착색력이 강해 일부 호텔은 두리안과 더불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온전한 망고스틴을 가져오면 기사 작위를 주겠다고 했다는 설이 전할 만큼 여왕이 사랑한 과일이다.
③ '뱀 과일' 살라크(현지 발음 '살락')
2.5~10㎝ 길이의 둥근 삼각형 모양이다. 껍질을 덮은 까슬까슬한 적갈색 비늘이 뱀 가죽을 닮아 '뱀 과일'이라 불린다. 마늘처럼 여러 쪽인 과육은 아삭아삭하고 단맛이 강하다. 인도네시아에선 다이어트 과일로 통한다. 가격은 ㎏당 8,000~1만5,000루피아(600~1,200원). 야생에서 잘 자란다. 욕야카르타(족자)특별자치주 슬레만이 살라크의 도시다.
④ '거인 과일' 낭카(잭푸르트)
무게가 50㎏이나 나가기도 해 세상에서 가장 큰 과일로 불린다. 두리안과 생김새가 얼핏 비슷하나 맛은 망고와 비슷하고 냄새는 덜하다. 엽산이 풍부하고 변비에 좋다. 질긴 섬유질 속에 황금색 과육 알맹이가 박혀 있어 손질하기가 쉽지 않다. 과육은 ㎏당 2만5,000~4만5,000루피아(2,000~3,500원). 과자로도 가공된다. 씨앗은 삶아서 반찬으로 먹는다.
⑤ 두쿠와 람부탄
두쿠는 모양새와 맛이 포도송이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껍질이 두툼한 황갈색으로 6쪽 정도 과육 조각이 귤처럼 붙어있다. 피로 해소,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전통 약재로도 쓰인다. 가격은 ㎏당 2만5,000~3만5,000루피아. 람부탄은 인도네시아어로 '털이 있는 열매'란 뜻이다. 500g에 1만5,000~3만5,000루피아. 북부수마트라주 빈자이가 람부탄의 도시다.
이들 과일은 한국일보가 현지인 20여명에게 좋아하는 과일을 물었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팔루·보고르=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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