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렌즈로 본 세상] 내일은 희망을 꿈꿔봅니다

남강호 기자 2021. 2.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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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 렌즈로 본 세상] 코로나 1년, 자영업자들의 눈물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는 서울 이태원의 한 음식점 유리창에 ‘장사하고 싶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발표한 4분기 통계에 따르면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7%에 달했다. /장련성 기자
서울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폐업을 알리는 문구를 가게 입구에 붙이고 있다. 새로 들어올 사람도 구하지 못한 데다 주방 기자재를 처분하는 비용이 비싸서 주인은 집기를 모두 놔두고 식당을 떠났다. /김지호 기자
3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주점에서 식당 주인이 식탁을 닦으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못해 남편이랑 모든 일을 한다”며 웃었다. /장련성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이창호(45)씨는 서울 강남에서 호프집을 4년째 운영한다. 이씨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돈보다 영업시간 제한 해제”라며 “적어도 거리 두기 2단계에서 자정까진 문을 열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 식당 상인들은 “왜 9시까지 영업 제한을 하는지 정부의 명확한 답변이나 근거가 없다”며 “장사할수록 손해지만 문을 닫지 않고 버티는 건 여기가 평생을 일군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22년째 운영하는 김형순(57)씨는 “밤 9시면 문을 닫으니 손님들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코로나 상황에 이미 적응해버린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0만원 200만원 현금 주는 것보다 우리한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걸로 지원해줘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끝내 울어버린 사장님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영업손실 보상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기자회견’에서 충남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의영씨가 발언을 마치고 주저앉아 울고 있다. /장련성 기자

치킨집과 피자집을 28년간 하다가 3년 전부터 한식당을 하는 유덕현(60)씨도 “치킨집이나 호프집은 문을 닫는 9시가 피크 타임”이라며 “배달 업체를 이용한다지만 비싼 배달비와 광고비 때문에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유씨는 최근 동네 골목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은 빈 건물들이 크게 늘었다며, “명절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계란 등 음식 재료 가격도 많이 올라 이중고를 겪지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고 했다. “진짜 어려워지겠구나 하는 절망이 들지만, 백신도 나오고 방역 지침도 잘 지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번화가에 있는 상당수 업소들이 폐업을 하고 텅 비어있다. / 장련성 기자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주점에서 점주가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2021년 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점주가 텅 빈 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장련성 기자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만5000명의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았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수칙 강화로 대면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시련을 겪은 것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다. 한 상인은 “그래도 봄은 오니까…. 버텨봐야죠” 하며 쓸쓸히 웃었다.

2020년 9월 폐업한 서울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남은 집기들을 정리하며 식당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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