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8조 들여 학교 리모델링 한다면서.. 낡은 책걸상은 그대로 둬

곽수근 기자 2021. 2. 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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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가 10년 이상 돼 교체 시급, 칠판 40%도 분필가루 폴폴 구형

40년 이상 된 학교 1400여곳의 건물 2835동이 올해부터 대규모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돼 ‘미래형 학교’로 탈바꿈한다. 기존 학교의 정형화된 교실을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조절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고, 모든 교실에 무선 인터넷 등 디지털 기반 수업 여건을 갖춰 미래를 대비한 교육 공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다.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게 뼈대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에서 지은 지 40년이 지난 교육용 건물은 6000여 동이다. 이 가운데 절반쯤인 2835동이 리모델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안전 등급이 낮아 개선이 시급한 학교, 고교 학점제 선도 학교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총예산의 30%인 5조5000억원은 국비, 나머지 13조원은 지방비로 댄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통해 틀에 박힌 기존 교실을 수강 인원과 과목에 따라 나눴다가 합칠 수 있게 하는 등 다목적 공간으로 바꾸고, 학교에 태양광이나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에 리모델링 대상 학교를 선정하고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선정된 학교와 탈락한 학교 간 교육 환경 격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상당수 교실에서 분필 가루가 날려 호흡기 질환에 좋지 않은 분필 칠판을 쓰고, 책걸상도 내구 연한을 넘겨 10년 이상 된 것을 쓰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교실 칠판 39만5305개 가운데 16만233개(40.5%)가 분필 칠판이다. 초등학교는 이 비율이 43.7%(8만5656개)로 더 높다. 또 전국 학교 책상 724만6450개 가운데 250만7504개(34.6%)가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고, 걸상은 727만3621개 가운데 241만9327개(33.3%)가 10년 이상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책상 4만6294개, 걸상 4만9495개는 20년 이상 된 것이다. 또 정부가 미래학교의 핵심 요소로 꼽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상당수 학교가 안전과 면적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태양광 시설 설치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한국교총은 이날 “태양광 사업은 학교가 시설 안전과 관리 부담이 있는 만큼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되 외부 전문 기관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교총은 또 “매년 진행해온 노후 교실 신·개축 및 시설 현대화 사업을 이름만 바꿔 생색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 사업 때문에 방역과 학습 관련 필수 사업 예산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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