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막고 막고 또 막았지만..동학개미에겐 '태부족'
3월15일 종료가 예정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가 오는 5월2일까지 연장된다. 같은달 3일부터는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표지수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재개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장마감 직후 제1차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공매도 재개는 불가피하지만 일시재개보다 부분재개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공매도 금지기간은 오는 5월2일까지 연장됐다. 일부종목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의 전산개발 등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또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 부과하는 법개정안이 오는 4월6일부터 시행된다는 점도 감안됐다.
5월3일부터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구성종목부터 부분재개된다. 금융위는 이들 지수종목이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스피200은 전체 종목수의 22%, 전체 시가총액의 88%고 코스닥150은 전체 종목의 10%, 시총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 구성종목이 반기마다 변경될 경우 공매도 허용종목도 변경된다. 새로 지수에 추가된 종목은 공매도가 허용되고 제외되면 공매도가 금지되는 식이다. 공매도 허용종목 변경사항은 거래소에서 별도로 공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종목들은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별도로 재개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별도 기한이 없는 금지조치 연장이다.
한편 공매도 금지조치와 함께 시행됐던 '1일 자기주식 취득 특례조치'는 5월2일까지 연장됐고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주식의 반대매매를 완화하기 위한 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도 2일까지 연장했다.
금융위는 5월3일 공매도 재개시까지 제도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4월6일부터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 부과가 가능해진다.
또 개인투자자의 대주접근성 제고를 위해 증권사·보험사와 협의한 결과 2조원 내지 3조원 정도의 대주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확보된 물량은 개인대주서비스가 가능한 증권사를 통해 공매도 재개 시 즉시 제공된다.
5월부터 개인도 공매도 거래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당국은 공매도 위험성을 감안해 초기 공매도 투자비용을 제한하고 일정 기간 해당 투자자가 공매도 투자 경험을 쌓으면 공매도 한도를 아예 없애는 등 한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첫 ‘공매도 6개월 금지’는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비상 수단이었다. 코스피가 1700대까지 고꾸라진 시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매도 금지’의 내용과 목적 등이 다층화됐다. 공매도 관련 누적됐던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다.
결국 지난해 8월 금지조치가 6개월 추가연장되면서 공매도 1년 금지국가가 됐다. 공매도 재개의 전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나 시장상황이 아닌 개미의 불만과 제도 정비 등으로 옮겨갔다.
금융당국은 8월 1차 연장결정 이후 공매도제도 미비점 등을 다듬으며 공매도 재개를 준비해왔다.
당국은 △불법공매도 처벌강화 △시장조성자 제도보완 △개인투자자 공매도접근성 제고 등 3가지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마무리수순에 접어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려온 개인과 기관간의 공매도 기회 불균형을 바로잡고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해 범죄욕구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불법공매도를 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손실액의 3배에서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달엔 금융위가 시장조성자 제도 전반을 뜯어고친 개선안을 내놓는 등 불법 공매도 위험요인을 순차적으로 제거해왔다. 조만간 개인투자자 대주접근성 개선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당국이 내놓은 개선안에 개미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국이 공매도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족한 제도개선을 연장이유로 꼽았다. 제도시행일이 공매도 재개가 예정된 3월보다 늦다는 것도 중요한 연장이유였다. 공매도 재개논란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가세했다. 지금까지 운영방식으론 곤란하다며 제도개선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도 오는 3월 재개를 목표로 제도개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에서 최근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서 공매도 재개를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두 번 연속 연장했다. 여당과 개미의 반발에 금융위가 굴복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개인투자자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실시간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은 이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 시스템 구현이 어렵다는 판단에 추진계획을 접었다.
개인들은 금융위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었다. 시스템 구축 없이 공매도 재개는 없다는 것이다. 당국은 거래소 등의 감시시스템을 강화해 표본추출 방식으로 이상거래를 적발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거래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매도 재개시점을 앞두고 동일한 갈등이 또 한 번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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